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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도가니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공지영 (창비, 2009년) 상세보기 에세이를 읽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아주 좋은 소설이었다. 주제의식도, 문장도, 소재도. 작가가 소설 자체에 빙의한 것처럼 혼이 실린 글... 토해낸 문장에는 작가의 숨결이 녹아있다. 우리는 그 숨결을 필력이라고 부른다. 너무 담담해서 화가 났던 결말도 현실인 것 같아 씁쓸했고 정의의 사도인척 하지 않는 솔직한 주인공도 우리네 현실인 것 같아 숨이 막혔다. 안개 낀 무진을, 나는 고등학교때 무진기행을 처음 읽었던 그 때부터 좋아했다. 그곳의 메마른 습기가 피부에 스며드는 듯한 착각을 하곤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운 여름의 끈적한 안개같은 도가니의 무진은 서글프고 씁쓸한 현실이었다. 신문기사의 한 토막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흔하지 .. 2010. 3. 1.
리얼인가, 픽션인가, 『여배우들』 여배우들 감독 이재용 (2009 / 한국) 출연 윤여정, 이미숙, 고현정, 최지우 상세보기 편집이나 어떤 대본의 커팅도 없이 한번에 찍은 듯한 영화. 글쎄 이걸 픽션이라고 해야할까, 리얼이라고 해야할까. 어쨌든 그 사이의 어느 지점에 위치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화씨911 같은 다큐영화의 형식을 띠고 있는 것 같다. 영화라고 하기에는 배우들의 연기내공 탓인건지, 너무 일상적인 이야기같아서 아직도 조금 의심이 든다. 무릎팍도사에서 윤여정씨가 나왔을 때 거의 리얼에, 애드립이 많다고 했다는데, 일개 관객인 내가 보기에도 고현정과 최지우의 마찰을 제외하고는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화려한 조명 뒤의 그림자를 봐달라고 외치는 여배우들. 그들의 삶에도 나름의 애환이 있겠지. 그걸 폄훼하거.. 2010. 2. 20.
눈물을 빼기엔 충분한 '뻔한 감동', 『국가대표』 국가대표 감독 김용화 (2009 / 한국) 출연 하정우, 성동일, 김지석, 김동욱 상세보기 버려진 입양아도 있고 약물파동으로 제명을 당한 '어린' 유망주들도 있다. 소외된 사람들, 특출나지 않은 이들의 도전이라는 설정은 스포츠와 어우러져 감동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하지만, 그것은 언제까지나 '실제 스포츠'일 경우에나 가능한 이야기다. 이런 만들어진 감동은 사실 결말 예측이 쉽고 역경을 딛고 일어나는 수많은 영웅들의 이야기와 닮아있어서 진부하다. 플롯에 의존하기에는 너무나도 흔하고 예측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국가대표가 감동적이라는 평을 받은 이유는 디테일을 잘 살렸기 때문이다. 이런 류의 예측 가능한, 뻔한 스토리의 영화는 무엇을 만드느냐보다는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중요하다. 주인공 입양아와 엄마의 만.. 2010. 2. 14.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오스카 와일드 (현대문화센타, 2009년) 상세보기 영원한 삶, 영원한 젊음, 영원한 아름다움. 영원을 향한 인간의 욕망은 무한하지만, 그러한 욕망은 대개 부정적인 것으로 그려진다.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아헤매는 것이 후세에 부정적으로 비추어지는 것은 아마도 영원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속될 수 없는 것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것, 0%의 가능성을 알면서도 부인하려는 몸부림은 주로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자들에게 허용되었지만 실로 이는 인간의 아주 기본적인 욕망이다.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는 그러한 욕망의 표상이다. 영원한 젊음과 영원한 아름다움을 갈구하는 남자. 그리고 그 아름다움과 젊음 자체가 삶의 목적인 남자. 영.. 2010. 2. 14.
사회학에의 초대 사회학에의 초대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피터 L.버거 (문예출판사, 1995년) 상세보기 읽은지는 사실 꽤 지났는데 이제야 감상을 적는다. 사회학의 개론적인 내용, 사회학자들은 무엇을 하는가, 왜 사회학인가와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사회학적인 마인드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배울 수 있었다. 결혼을 단지 사랑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제도의 일환으로, 사회적인 측면에서 평가하고 고민하는 시각이 아주 좋았다. * 사회통제란 사회의 저항하는 성원들을 다시 협조하도록 하기 위해 사회가 사용하는 다양한 수단을 가리킨다. 가끔 만나는 소규모집단이라도 매우 짧은 시간 안에 해체되지 않으려면 그들 나름의 통제메커니즘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 광장공포증 : 강박신경증의 한 증상이다. 낯선 거리나 사람들이.. 2010. 2. 10.
유혹하는 글쓰기 유혹하는 글쓰기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스티븐 킹 (김영사, 2002년) 상세보기 스티븐 킹의 창작론이 들어있는 책. 스티븐 킹의 과거(어린시절부터 작가가 되기까지)와 후기 성격으로 인생론이 곁들여진 책이다. 과거 - 창작론 - 인생론(후기) 이렇게 구성되어 있는데, 사실 스티븐 킹이 작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과거사를 이야기형식으로 꾸민 거라 굳이 읽지 않아도 상관없다. 비록 소설창작에 관한 내용이지만 창작론에는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숙지해야할 원론적이지만 망각하기 일쑤인 내용이 들어있다. 1. 좋은 아이디어를 찾는 게 문제가 아니다. 좋은 아이디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2. 이야기를 쓸 때 자신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생각하라. 고칠 때는 원고와 무관한 것을 찾아 없애는 것이 가장 중요하.. 2010. 1. 12.
[Korean] 9. 본격 베를린 탐방기 2008년 2월 2일 토요일 / 베를린 : 비 → 구름 1. 루트. Haup~역 → Zoo~garten 역 → 카이저 교회 → 유로파 → Tiffany's 레스토랑 → Saturn 전자상가 → 아쿠아리움 → Zoo 역 → 티어가르텐 역 → 전승기념탑 → 몽고차가동상(ROON) → 비스마르크 동상 → Moltrg 동상 → 밥로스의 그림교실에서나 볼 법한 그림같은 호수 → 탱크 모형 → Grabstatte und Ehrenmal Berlin-Tiergarten 이라고 써있는 동상(1941~1945) → 독일 국회의사당 → 브란덴 부르크문 → 운터 드 린덴 → 베를린 장벽 → 이름모르는 동상이 있는 광장 → 알렉산더 플랫츠 → 지하철 → 숙소 2. 날씨. 흐리고 추움. 3. 일지. * 베를린을 돌아다니며 본능.. 2010. 1. 10.
[Korean] 8. 나도 이제 세계인 2008년 2월 1일 금요일 / 베를린 : 흐림 1. 루트. 숙소 → 알렉산더플랫츠 → 독일 정부 공관 → 비스마르크플랫츠 → 독일 환경부 → → Ostkruez 역 → 숙소 2. 날씨. 흐리고 추움. 3. 일지. 날이 밝았다. 날씨는 여전히 안좋았다. 우리는 조식을 먹으러 갔는데 뜬금없이 돈을 내라기에 우리는 이게 공짜(free)라는 말을 듣고 왔다고 했더니 그 아줌마는 약간 갸웃하면서 먹게 해주었다. 알고보니 그 아줌마들이 우리를 거기에 머무르는 학생의 일행으로 착각한 듯 했다. 이 유스호스텔의 식사는 브뤼셀보다 훨씬 나았다. 무려 햄이 2종류나 있었고 야채 샐러드도 있었으며 삶은 달걀도 훨씬 충실했다. 우린 또 짐승모드로 열심히 먹은 후 이따 먹을 것을 싸서 나왔다. 나는 빵 1개랑 달걀 3개를 챙.. 2010. 1. 10.
앙드레지드의 『좁은 문』 좁은문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앙드레 지드 (문예출판사, 2004년) 상세보기 앙드레 지드의 대표작으로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나는 이 책에 대해 어떤 흥미도 느끼지 못했다. 폭풍의 언덕을 읽을 때와 같은 막막함과 대체 이걸 왜 읽는 건지에 대한 의문만이 가득했을 뿐. 다 읽고 난 후에도 이 소설에 대한 내 심정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책에 몰입하기 어려웠던 이유를 곰곰이 고민해봤는데, 결론은 하나로 좁힐 수 있었다. 이 소설은 종교적인 성스러움에 관한 내용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주된 이야기 전개 방식은 사랑이지만, 그 사랑의 모태는 종교적인 성스러운 감정, 플라토닉한 정신교감이다. 하느님은 커녕 신의 존재조차 의문시하는 나에게 있어서 고결한 종교적 정신상태를 갈망한다고 하여 그게 와닿을 리 없.. 2010.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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