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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입양아도 있고 약물파동으로 제명을 당한 '어린' 유망주들도 있다. 소외된 사람들, 특출나지 않은 이들의 도전이라는 설정은 스포츠와 어우러져 감동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하지만, 그것은 언제까지나 '실제 스포츠'일 경우에나 가능한 이야기다. 이런 만들어진 감동은 사실 결말 예측이 쉽고 역경을 딛고 일어나는 수많은 영웅들의 이야기와 닮아있어서 진부하다. 플롯에 의존하기에는 너무나도 흔하고 예측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국가대표가 감동적이라는 평을 받은 이유는 디테일을 잘 살렸기 때문이다. 이런 류의 예측 가능한, 뻔한 스토리의 영화는 무엇을 만드느냐보다는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중요하다. 주인공 입양아와 엄마의 만남의 과정, 그 때 배우의 연기, 적절한 BGM 등이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플롯의 독창성이나 재미가 떨어질수록 영화를 짊어지는 것은 감독의 연출과 배우의 연기력인 것이다.
그런 면에서 하정우, 김동욱, 성동일 등 출연진의 연기는 매우 훌륭했다. 인간미를 감동의 메인 테마로 삼은 영화이기에, 인간적인 매력을 드러낼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는데, 각자 맡은 캐릭터의 개성에 걸맞는 연기력을 보여주었다. 껄떡거리는 김동욱이나 옆집 슈퍼 아저씨 같은 성동일, 과묵하지만 내면은 따뜻한 하정우, 추노에서도 비슷한 느낌으로 한참 물오른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김지석까지 캐스팅은 누구 하나 빼놓을 것 없이 완벽했다. 그리고 BGM이나 그래픽의 활용도 매우 좋았다. 스포츠다운 열정과 벅차오르는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가사와 선율. 스키점프를 할 때 고속촬영과 그래픽을 적절하게 활용한 점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각본없는 드라마인 스포츠 특유의 순간의 긴장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국가대표는 잘 만들어진 상업영화다. 영화도 결국은 하나의 문화상품이기에, 국가대표의 만들어진 감동과 상업성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이미 국가대표가 올린 성과만으로도 영화 제작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니까. 그러나 영화만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영상이 날이 갈수록 상상력과 독창성을 잃어가는 것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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