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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를 읽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아주 좋은 소설이었다.
주제의식도, 문장도, 소재도. 작가가 소설 자체에 빙의한 것처럼 혼이 실린 글... 토해낸 문장에는 작가의 숨결이 녹아있다. 우리는 그 숨결을 필력이라고 부른다. 너무 담담해서 화가 났던 결말도 현실인 것 같아 씁쓸했고 정의의 사도인척 하지 않는 솔직한 주인공도 우리네 현실인 것 같아 숨이 막혔다. 안개 낀 무진을, 나는 고등학교때 무진기행을 처음 읽었던 그 때부터 좋아했다. 그곳의 메마른 습기가 피부에 스며드는 듯한 착각을 하곤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운 여름의 끈적한 안개같은 도가니의 무진은 서글프고 씁쓸한 현실이었다. 신문기사의 한 토막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흔하지 않은 소재. 하지만 분명 존재하는 현실의 일부분인 이야기. 뻔한 전개, 예상할 수 있는 내용. 반전이 없어도, 신선하지 않아도 이 소설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현실은 그 자체로도 이미 어떤 영화나 소설보다 극적이고 사실적이니까. 세상의 부조리를 겪어본 순진하지 않은 나는 이 소설의 끝을 보고 문득 수녀처럼 울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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