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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각보고서/books

앙드레지드의 『좁은 문』

by FC 2010.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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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문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앙드레 지드 (문예출판사,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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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지드의 대표작으로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나는 이 책에 대해 어떤 흥미도 느끼지 못했다. 폭풍의 언덕을 읽을 때와 같은 막막함과 대체 이걸 왜 읽는 건지에 대한 의문만이 가득했을 뿐. 다 읽고 난 후에도 이 소설에 대한 내 심정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책에 몰입하기 어려웠던 이유를 곰곰이 고민해봤는데, 결론은 하나로 좁힐 수 있었다.

이 소설은 종교적인 성스러움에 관한 내용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주된 이야기 전개 방식은 사랑이지만, 그 사랑의 모태는 종교적인 성스러운 감정, 플라토닉한 정신교감이다. 하느님은 커녕 신의 존재조차 의문시하는 나에게 있어서 고결한 종교적 정신상태를 갈망한다고 하여 그게 와닿을 리 없다. 좁은 문(구원의 길)으로 들어가기 위한 알리사의 희생과 갈망을 애초에 나는 납득할 수 없었던 것이다. 고결한 정신상태만을 추구하는 알리사와 그를 존중하며 알리사에게 맞추려고 하는 제롬의 행동에서는 어떠한 갈등구조도 기승전결도 찾아보기 어렵다. 제롬은 평행선처럼 흐르는 상황을 바꿀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자는 제롬이 한없이 덤덤하게 풀어놓는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수용할 뿐이다. 옛날 이야기를 전해듣는 것처럼, 어떠한 갈등의 흐름같은 것들을 파악할 필요조차 없이 말이다.

이 시기의 문학을 읽는 것은 늘 어렵다. 어쩌면 정서상으로 현재와 어긋나있거나, 문체나 전개구조가 지금처럼 조이는 맛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좋은 문학작품이 많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지만, 적응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주제를 알 수 없어도 다양한 메시지를 주거나, 시대를 초월하는 어떤 주제를 담고 있어야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전혀 공감이 가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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