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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각보고서/books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by FC 2010.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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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오스카 와일드 (현대문화센타,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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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삶, 영원한 젊음, 영원한 아름다움.

영원을 향한 인간의 욕망은 무한하지만, 그러한 욕망은 대개 부정적인 것으로 그려진다.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아헤매는 것이 후세에 부정적으로 비추어지는 것은 아마도 영원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속될 수 없는 것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것, 0%의 가능성을 알면서도 부인하려는 몸부림은  주로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자들에게 허용되었지만 실로 이는 인간의 아주 기본적인 욕망이다.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는 그러한 욕망의 표상이다. 영원한 젊음과 영원한 아름다움을 갈구하는 남자. 그리고 그 아름다움과 젊음 자체가 삶의 목적인 남자. 영원을 꿈꾸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영원한 것은 어디에도 없다는, 희소성에서 기인한다. 그러나 이 소설의 결말은 도리언 그레이의 아름다움이 영원할 수 없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진실을 제시한다. 불멸의 것은 어디에도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도리언이 스스로 깨닫게 하면서 죽음을 택하는 장면은 덤덤한 문체와 함께 애잔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전까지의 아름다움에 대한 어떠한 예찬도, 화려한 수식어도 없다. 아름다움의 표상이었던 도리언 그레이가 죽어도 세상은 어떠한 삐걱거림조차 없이 잘 굴러간다.

인간은 누구나 늙는다. 외적인 아름다움도 시간이 지나면서 저물게 마련이다. 그래서 인간은 피부과나 미용에 돈을 쏟아붓고 화장품 회사는 돈을 번다. 욕망의 끝은 어디인가. 타락의 끝은 어디인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머리로는 잘 알고 있지만 가슴으로는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 사실을 오스카 와일드는 도리언 그레이라는 인물의 죽음을 통해 깨닫게 한다. 메피스토펠레스같은 헨리 워튼과 파우스트같은 바질 홀워드. 무엇이 옳다고는 판단할 수 없다. 그러나 무엇을 선택할지, 무엇이 나에게 나은 선택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분명한 것은 영원한 젊음도, 영원한 아름다움도 존재하지 않는 다는 사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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