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2일 토요일 / 베를린 : 비 → 구름
1. 루트.
Haup~역 → Zoo~garten 역 → 카이저 교회 → 유로파 → Tiffany's 레스토랑 → Saturn 전자상가 → 아쿠아리움 → Zoo 역 → 티어가르텐 역 → 전승기념탑 → 몽고차가동상(ROON) → 비스마르크 동상 → Moltrg 동상 → 밥로스의 그림교실에서나 볼 법한 그림같은 호수 → 탱크 모형 → Grabstatte und Ehrenmal Berlin-Tiergarten 이라고 써있는 동상(1941~1945) → 독일 국회의사당 → 브란덴 부르크문 → 운터 드 린덴 → 베를린 장벽 → 이름모르는 동상이 있는 광장 → 알렉산더 플랫츠 → 지하철 → 숙소
2. 날씨.
흐리고 추움.
3. 일지.
* 베를린을 돌아다니며 본능적으로 습득한 베를린의 특징
1. 벽에 낙서가 많다. (그래피티 종류)
2. 강인한 인상의 소유자가 많다. (프랑스는 상대적으로 부드럽고 자유분방한 분위기.)
3. 영어를 잘한다!!!
4. 학구적이다.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사람이 매우 많았다. 심지어는 물리 문제를 풀고 있는 아이도 있었다.)
5. 피어싱을 한 사람이 많다.
6. 장발 남성(꽁지머리로 묶은)이 많다.
일어나서 여행 일정을 짰다. 비용이 얼마가 들지, 어디에 갈지를 정하는 작업이었다. 가진 돈에 비해 돈이 상당히 들었다. 베니스에 가고 싶은데 비용상 문제로 못 갈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했다. 엔화를 적게 환전하고 유로를 더 환전할걸, 하고 후회를 많이 했다. 11시반쯤 어제 갔던 Haups~(역 이름이 더 긴데 다 적기 어려워서 짧게)역에 갔다. 일종의 연습이었다. 나는 베를린에 오면 베를린장벽만큼은 꼭 보고 가리라고 결심했었다. 어제의 독일인은 베를린장벽이 역에 있다고 했기 때문에 한번 나와본 것인데 역시나 찾기 어려웠다. 그래서 나는 Zoo역이 어딘지 물어보고 그리로 향했다. Zoo 역에 내려 밖으로 나간 후, 두리번 거렸는데 건너편에 맥도날드가 보였다. 간단히 요기를 할까 하다가 옆의 빵집을 보니 가격이 괜찮아서, 나는 그곳에 들어가서 "Excuse me." 하고 말을 건넸다. 분주히 움직이던 여지가 "Wait a minute." 라며 기다리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5분 정도 서서 기다리니까 그 여자가 밀린 주문을 처리하고 오기에 나는 크리스피 도넛 비슷한 빵과 부피가 꽤 큰 빵 4개를 샀다. 크리스피 도넛 비슷한 빵은 먹었고 나머지 4개는 그냥 들고 다녔다.
빵집을 나와 왼쪽을 보니 카이저 교회가 보였다. 폭격맞은 걸 그대로 두었다고 했는데, 지붕을 보니 과연 그러했다. 교회 맞은 편에 박물관 비슷하게 재현해 놓은 곳이 있길래 거기에 들어가서 브로셔를 하나 챙기고 내부를 구경했다. 많은 사람이 있었고 그들은 매우 조용히, 그리고 경건하게 내부를 구경했다. 나는 어떤 외국인을 보고 그와 똑같이 초에 불을 붙여 선반 비슷한 곳에 올려놓았다. 한두발자국만 밖으로 나가도 주말의 도시임이 분명한데, 교회 내부는 마치 다른 세계에 온 것처럼 조용하고 경건한 위엄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내부를 한바퀴 돌면서 구경한 뒤 밖으로 나왔다.
교회에서 나와 유로파센터에 가기로 했다. 주변에는 독일 소시지를 파는 포장마차가 많았다. 근처 독일인에게 물어보니 유로파센터는 맞은편에 보이는 건물이라고 했다. 옷가게가 몇군데 있었는데 옷이 무척 싸서 사고 싶었으나 마음에 드는 옷이 없어서 그냥 참기로 했다. 계속 돌아다니다가 Tiffany's 라는 예쁜 레스토랑을 보았다. 호수 비슷한 곳에 수차가 도는 매우 분위기 있는 곳이었다. 가격은 물론 엄청났다.
그리고 삼성카메라 광고를 우연히 보고, 전자제품 파는 곳이라는 걸 알게 되어 그리로 갔다. 그 쇼핑몰은 Saturn 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는데 한국에 비하면 매우 비싼 수준이었다. 내부의 은행 앞에서 두리번거리자 점원이 나왔다.
"Can I help you?"
"I'd like to exchange my money."
"You should go to the bank. But they are closed today. they are working Monday to Friday. Today is Saturday."
"Oh, I see. Anyway where is the camera shop? I'm searching for Nicon."
"Go there. Therer are many kinds of camera."
"Ok, Thanks."
나는 점원이 알려준 곳으로 갔다. 삼성, 소니, 파나소닉, 캐논, 니콘 등이 잉썼다. 유럽에서 삼성을 보니 새삼 반가웠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니콘 매장에 가서 내 카메라를 찾았다. 398유로였는데 환산해보니 40만원이 넘었다. 유럽물가는 적어도 전자제품에 한해서는 우리나라의 1.5배에 가까웠다. 시험삼아 찍어보니 연사모드였는데, 꽤 재미있었다. 새삼 파리에서 고장난 내 카메라가 떠올랐다.
유로파센터를 나와 티어가르텐을 가려고 지도를 보고 걷다가 기분이 이상해져서 길가던 이에게 물었다. 멀다고 전철을 타란다. 그래서 나는 Zoo 역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아쿠아리움이랑 동물원을 봤고 Zoo 역으로 갔다. 도중에 어떤 메뉴판을 보고 있노라니 호객꾼이 메뉴를 주며 들어오라고 꼬신다. 나는 바로 고개를 젓고 역의 Information center에 가서 어디로 가야하는지 묻고 티어가르텐으로 갔다. 내려서 나와보니 오른쪽에는 벼룩시장이 있었고 왼쪽은 매우 황량한 도로만이 펼쳐져있었다. 오른쪽으로 갈까 하다가 현지 사람에게 전승기념탑을 물었더니 왼쪽이라고 알려주었다. 그래서 나는 6/17의 거리를 걸으며 전승기념탑으로 갔다. 생각보다 멀었으나 경치가 좋아서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했다. 베를린의 찬 겨울바람이 볼을 파고 들었다. 주변 나무가 매우 컸는데, 그 크기에 비해 잎이 다 떨어지고 없어서 황량했다. 카메라가 없는 게 아쉬웠다. 브란덴부르크문으로 가는 도중에 몽고차가동상을 봤다. ROON이라고 써있었다.
전승기념탑
조금 더 가니 Bismarcx라 쓰여진 동상이 있었다. 독일인의 비스마르크 사랑을 알 수 있었다. 조금 더 걸어가니까 MoLTrg라고 쓰여진 동상이 나왔다. 사실 뭔지 몰라서 돌아와서 찾아보리라 마음먹었다. 지금 찾아봐도 검색결과가 없다고 한다. 대체 난 무엇을 본 것일까?
브란덴부르크문이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멀었다. 단지 뻥뚫려있어서, 시야를 가로막는 것이 없어서 잘 보였을 뿐이다. 가는 도중 길 옆에 호수가 보였다. 밥 로스의 그림교실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풍경이었다.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내 카메라는 고장난지 오래다. 멍하니 서서 경치를 들여다보다가 지나쳤다. 걷다 보니 주변 나무 숲을 원을 그리며 나는 새를 보았고, 탱크모형과 함께 있던 커다란 동상을 보았다. 독일 어린애들이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있었는데, 잘 안되는지 'Shit' 이라고 했다. 나는 실소를 머금었다.
한참을 더 걸은 후에 왼쪽에 독일 깃발이 꽂혀져있는 건물을 보았다. 난 그게 어떤 건지 몰라서 길가는 독일인에게 무슨 건물이냐고 영어로 물었더니, 독일어를 한다. Gutenstock 비슷한 말이었는데 제대로 들은건지는 모른다. 그래서 내가 정부 관련 건물이냐고 했더니 못 알아듣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냥 고맙다고 하고 브란덴부르크문으로 갔다. 많은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제야 비로소 나는 관광지에 온 것 같다고 생각했다. 브란덴부르크문에 도착한 감회는 남달랐다. 나는 문을 만져보기도 했고 약 2분간 멍하니 서서 그 문을 바라보았다. 역사의 현장에 온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이제 베를린 장벽을 보러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문 안쪽의 기념품 판매점에 들어갔다. 주인아저씨는 앞 손님과의 대화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화가 끝나기를 잠시 기다렸다. 그리고 베를린 장벽에 가는 길을 물었더니 친절히 알려주었다. 박물관이 있고 지하철이 있다는 이야기와 함께. 나는 문득 아까 그 Gutenstock 어쩌고 하고 알아들었던 그 건물이 어떤 건지 궁금해서 그에게 그 건물이 뭐하는 곳이냐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It's parliament."라는 명쾌한 답을 들려주었다. 그래서 사람이 많았던 거구나. 나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나와서 운터 드 린덴을 걸었다. 베를린 장벽에 도착하기까지 3번을 더 물어봐야했다. 처음 물어본 건 외국인 부부였는데 그들도 "I'm a stranger, too."라는 답을 해주었다. 두번째는 어떤 공연을 홍보하던 젊은 남자였는데 약간 개그맨스러운 느낌이었다. 그는 웃으면서 Next street 로 가라고 했다. 세번째는 어떤 커플이었는데 Over the station 이라며 더 가라고 했다. 걷다보니 U.S Army 가 보였는데 미군이 지키고 서있었다. 사람들은 미군을 마치 동물원에서 동물보듯 관찰하며 플래시를 눌러댔다. 나는 관광객의 입장에서 그들의 행동을 잠시 지켜보았는데 기분이 묘했다.
베를린 장벽에 도착해서 봤더니 정작 베를린장벽은 철조망으로 막아놓았다. 지지대가 약한건지 어쨌든 보존을 위한 조치로 생각되었다. 하지만 안에 들어가서 사진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나는 사진을 보았다. 알아볼 수 있었던 글자는 단지 Nazi 정도에 불과했지만, 영어로 쓰여있던 설명은 제법 꼼꼼하게 읽어보았다. 참호? 처럼 땅을 파놓고 밑으로 지나가면서 볼 수 있는 구조였다. 다 보고 나서 반대편 사진 대신 바깥의 벽을 보면서 나왔다. 나오기 전, 문 근처에서 기념품을 파는 상인이 "Nihongo?' 라기에 "No" 했더니 "China? Korea?" 하기에 조금 불쾌해져서 무시해버렸다. 조금쯤 친절해도 좋았을까? 하지만 나는 한국인이므로 일본인으로 오해받는 것은 그다지 달갑지 않았다. 슬슬 다리가 아파왔다. 걷고 또 걸어서 몇 개의 U-Bahn 역을 지나 어떤 광장에 도착했는데 이제 걸을 만큼 걸어서인지 다리가 무척 아팠다. 독일사람같은 동상이 있었는데 어떤 동상인지는 내가 알 도리가 없었다. 사람들이 그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길래 구경했다. 근처에 시계탑이 있었는데 나는 아직도 이 동상이 어떤 동상인지 모르겠다. 대략적인 광경은 떠오르지만, 정말로 모르겠다.
알렉산더 Platz에 도착해서 한참 헤매다가 S-Bahn 역을 물어보고 열차를 탔는데, 역시나 잘못타고 말았다. 그래서 독일사람들에게 계속 물었는데, 처음에 책 읽던 여 독일인이 반대로 가서 3번 돌아가라고 해서, 3번을 갔으나 목적지는 여전히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앞에 앉은 여독일인에게 다시 물었는데 노선도를 보더니 아예 다른 라인이라고 맞은 편에 가서 다시 타고 5정거장을 가라고 했다. 한숨이 나왔다. 내려서 독일인 부부에게 확인한 후 다시 탔다. 옆에 독일 여자애가 물리공식이 적혀있는 책을 보면서 공부하고 있었다. 나는 그걸 보면서 이런 학구열이 독일의 저력인가 하고 생각했다. 독일의 전철에는 책을 읽는 사람, 공부하는 사람이 유난히도 많았다. 맞은 편의 꼬마는 과학잡지를 탐독하고 있었다. 둘다 OstKruen에서 내렸다. 숙소에 돌아오니 6시 반이었다. 너무나도 피곤한 나머지 나는 그대로 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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