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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청춘의 문장들 청춘의 문장들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김연수 (마음산책, 2004년) 상세보기 문장이 좋은 에세이를 추천해달라고 해서 추천받은 책으로 일단 한줄 요약의 감상을 말한다면 '본래의 목적에 견주어봤을 때 괜찮다.' 는 것이다. 굉장히 감성적이고 섬세한 문장들이 책 전체를 휘감고 있는데, 그 필체가 사뭇 담담하여 놀랐다.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감성적인 눈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여성 작가 같다고 생각했다면 오버일까? 나도 모르게 예민한 감수성에 생채기가 나지 않아야 살 맛 나겠구나 싶었다. 내용적인 측면에서 도움이 되는 건 거의 없었고 문장 건질만한 것들이 좀 있었는데 옮기기에는 너무 길고 많아서 생략해야겠다. 그리고 한시를 인용한 부분이 많았는데 무척 불만족스러웠다. 한시에 관심없는 사람들에게 주입하는 .. 2009. 8. 3.
잘 익힌 감성 다큐멘터리, 북극의 눈물 1부는 얼음 왕국의 마지막 사냥꾼, 2부는 얼음없는 북극, 3부는 해빙, 사라지는 툰드라다. 각각 인간과 자연의 영역에 초점을 맞추고 보여주지만, 1부라고 해서 자연에 소홀하지 않고 2부라고 해서 인간에 소홀하지는 않는 균형감각을 보여주고 있다. 단지 어느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지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1부는 주로 북극과 그린란드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중점적으로 보여준다. 로알 아문센의 이야기에서나 상상해야했던 개썰매나 이누이트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도구들(작살 등)을 어떻게 누구에게 사용하는지를 보는 것은 내가 그 안의 직접 관찰자가 되는 것만 같다. 2부는 북극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그 변화가 북극의 인간과 동물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보여준다. 녹아버린 만년설. 만년설이 사라진.. 2009. 8. 2.
글쓰기 좋아하는 여자의 여류 작가되기, 『비커밍 제인』 비커밍 제인 감독 줄리언 재롤드 (2007 / 영국) 출연 앤 헤더웨이, 제임스 맥어보이, 줄리 월터스, 제임스 크롬웰 상세보기 [구성] 권투장면 처음 만남-파티 : 말다툼 [크리켓 + 권투장면] : 르프로이와 제인이 서로에게 호감을 본격적으로 확인하는 계기 런던가기 전-파티 : 싸움 안함 편지로 헤어짐 각자의 생활에서 재회. 경험을 많이 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르프로이의 말. 실연의 경험을 한 제인이기에 오만과 편견 같은 명작을 쓸 수 있었던 걸까? 글 쓰는 제인보다 제인의 삶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던 영화. 르프로이와 제인의 티격태격 다툼이 아주 귀엽다. 관심있는 여자애에게 오히려 더 궁시렁대는 남자아이를 보는 듯한 느낌. 제임스 맥어보이의 아름다움에 한껏 젖어들 수 있었다. 왜일까, .. 2009. 7. 28.
이시다 이라 '아름다운 아이' 아름다운 아이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이시다 이라 (작가정신, 2005년) 상세보기 정체 모를 검은 손이 뱃속을 헤집는 것 같았다. 한 여자아이의 목숨이 그렇게 무거운 것일 줄이야. 나는 그 사실을 수요일 아침에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뉴타운은 털을 세운 고슴도치 같았다. 햇빛을 받아 달구어진 아스팔트가 물컹물컹하다. 그 위를 걷자니 프라이팬 속의 팝콘이 된 기분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뉴타운은 경직되어갔고, 사람들이 쏟아내는 짜증스런 기운이 거리를 덮었다. (카즈시는)가족에게서 몇십미터나 떨어진 듯, 갑자기 작아져버린 것 같았다. 동생은 의자에 앉은 채로 멀리 떨어지고 말았다. 생명없는 13세의 마네킹 같았다. 이 세계에서 가장 무서운 것, 그것은 얼굴 없는 사람이 누르는 벨소리다. 사람을 죽인 다음에도 살.. 2009. 7. 28.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주노 디아스 (문학동네, 2009년) 상세보기 "나는 부지런한 거에 알레르기가 있나봐." "하, 너는 부지런함이 아니라 시도하는 데 알레르기가 있는거야." "전부 같은 배구팀으로 키가 크고 늘씬했다. 이 여자들이 달리기를 할 때면 자살 테러리스트를 위해 준비되어 있다는 황홀한 천국이 따로 없었다." "벨리는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지만 저준위 우라늄이었던 자신의 지난날로부터 핵무기급 플루토늄을 정제해 낼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어쩌면 잊었는지도 모르고, 어쩌면 새 시대의 특권이 구세대의 맹세를 부적절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업무'에서 돌아온 그에게선 늘 줄담배와 묵은 공포의 냄새가 났다." "드디어 평화로운 목가적 보호 서클이 깨지고 현실세계의 문.. 2009. 7. 21.
소통 아주 극단적일지는 모르겠지만, 여기 꽤 답답한 관계가 있다. 나만 답답한 게 아니라 너도 답답하다. 서로가 귀를 닫았는지 도무지 말이 통하질 않는다. 피자를 먹고 이건 맛있네, 맛없네를 다투는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분명 우리는 똑바로 서서 적당한 예의를 갖춘 미소를 띄우며 대화를 한다. 나만의 이야기를, 귀는 닫아버린 채로. 그렇게 게워낸 빈 자리에 담는 것은 결국 또다시 나의 이야기다. 꽤 자주, 아니 1%의 예외의 가능성을 저 편으로 날려버린다면 항상 우리는 서로의 등을 보고 있다. 그렇게 만난지 1년. 우리는 서로에게 가진 호감을 방패 삼아,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를 기다린다. 그래서 훌륭한 과학자인 그는 멋진 걸 만들어낸다. 어쩌면 21세기의 발명품 순위에 꼽힐지도 모른다. 그의 손으로 빚.. 2009. 7. 16.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공지영 (한겨레출판사, 2009년) 상세보기 기억해둘 만한 문장 기억해 둘 만하다 읽어 볼 만하다 도와 줄 법하다 되어 가는 듯하다 처럼 보조 용언이 거듭되는 경우는 기억해둘 만하다 읽어볼 만하다 도와줄 법하다 되어가는 듯하다 와 같이, 앞의 보조 용언만을 붙여 쓸 수 있다. 1. 마음에는 근육이 있다. 2. 불행이 불행인 이유는 아마 수치심을 동반하는 데 있지 싶다. 3. 지구본 유머 : 내가 안 그랬어요! 장학사 왈, "학생 이 지구본은 왜 기울어져 있지?" 학생 왈, "제가 안 그랬어요." 4. 한 때 삶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다고 느낄 때 나는 평화를 간절히 갈구했다. 기억해둘만한 문장이 거의 없어 책을 뒤적거려야 한다는 것은 일종의 책을 산 .. 2009. 7. 8.
허지웅, 대한민국 표류기 대한민국 표류기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허지웅 (수다, 2009년) 상세보기 글을 누군가에게 온전하게 전달하려면, 글에 공감하게 만들려면 필요한 것은 두 가지다. 이면을 살필 수 있는 통찰력과 아는 단어를 적절한 때에 적절한 의미로 사용할 수 있는 융통성. 허지웅씨는 그 두 가지를 모두 갖추고 있는 듯 하다. 그의 비유는 거칠지만 진솔하다. 그런 진솔함은 영화 이야기를 할 때 보다 두각을 나타낸다. 중반부의 정치나 사회에 관한 이야기는 사실 몇 가지 빼고는 그다지 공감이 가지 않았다. 그래도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이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는 구나, 를 제대로 전달을 받았기 때문일까. 내가 굳이 납득은 하지 않더라도 이해는 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들을, 자신만의 언어로 전달하는 것도 어쩌면 저자의.. 2009. 7. 5.
김승옥, 서울, 1964년 겨울 서울, 1964년 겨울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김승옥 (맑은소리, 2006년) 상세보기 어째서일까, 이 모던하고 사실적인 소설이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것은. 어쩌면 이 소설에 공감하고 있는 내가, 소설 속의 늙어버린 젊은이들처럼 스스로를 격리시켰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주인공은 '안'을 잠시나마 질책하지만 이내 그도 발을 돌린다. 철저하게 개인에게 침착한 인간군상들. 죽음조차도 남의 일로 치부해버리는 이들. 시국선언이 잇따르고 있는 이 때, 나도 그렇게 나를 제외한 모든 것들을 타자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본다. 1964년 겨울이 그토록 추웠던 것은 25살 젊은이들이 늙어버렸기 때문은 아닐지. 정작 현실의 늙은이들은 우리네 젊은이들보다 훨씬 젊은데 말이다. 2009.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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