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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각보고서/movie114

결과는 진부하나 과정은 진부하지 않아, 『If only』 이프 온리 감독 길 정거 (2004 / 영국, 미국) 출연 제니퍼 러브 휴이트, 폴 니콜스, 톰 윌킨슨, 다이아나 하드캐슬 상세보기 꽤 재미있었다. 그리고 아주 즐거운 발상이었다. 이 영화는 남자가 여자를 대신해 죽어준다는 내용을 신선한 발상으로 풀어냈다. 어제로 시간을 되돌리는 것도 아니고, 죽은 이가 다시 살아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미 벌어진 일을 되돌릴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인간의 눈물겨운 노력과 깨달음, 그리고 순응을 보여준다. 순응하는 삶, 이미 알고 있는 부정적인 결과를 바꿀 수 없다는 슬픔. 그것이 이 영화가 보다 슬프게 다가오는 이유다. 운명이라는 말이 그럴싸하게, 때로는 서글프게 다가오는 이유는 그것을 되돌리거나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은 불가능에 도전하지만 실제로는 가능하지만 .. 2010. 4. 18.
하늘 위에서 아날로그를 보다, 『Up in the air』 인 디 에어 감독 제이슨 라이트먼 (2009 / 미국) 출연 조지 클루니, 베라 파미가, 안나 켄드릭, 제이슨 베이트먼 상세보기 전파는 시간과 공간의 장벽을 허물어주었지만 또다른 단절을 야기한다. 스크린 너머에 있는 상대와의 만남은 - 비록 그것이 글자이든 영상이든 간에 - 단절된 만남이다. 직접 마주보고 얘기해도 끊임없는 오해가 생기고 뉘앙스를 파악하기 어려운 마당에, 하물며 스크린을 통하는 거라면 말할 나위가 없다. 쌓이는 마일리지로 대표되는 숫자인생. 어쩌면 가장 아날로그적인 세대의 사람이 그토록 삭막한 숫자에 집착했는지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는 어쩌면 자신의 인생에 대한 어떤 '증명' 같은 것을 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아날로그는 섬세하지만 확실한 무언가가 되지는 못하니까. 이 영화는 아이러.. 2010. 3. 30.
빈티지한 색감, 그러나 메마르지 않은 감정, 『페어러브』 페어러브 감독 신연식 (2009 / 한국) 출연 안성기, 이하나, 윤승준, 이현호 상세보기 아빠친구와 친구딸의 사랑이라고 하면 으레 불륜이나 질척한 사랑을 떠올리게 된다.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따가운 시선들을 이 영화는 따뜻하게 풀어낸다. 주인공을 둘러싼 인간관계도 이들의 사랑을 방해하거나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조용히 지켜볼 뿐이다. 페어러브는 인간이 인간에게 갖는 호감, 그리고 그 호감이 자라는 과정에 당사자 둘 외에는 어떠한 장애물도 만들어두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너와 나,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다. 언제부터인가 미래라는 단어가 현재보다 현실적이고 현명한 경우로 통용되기 시작했다. 자고 일어나면 변해있는 속도전의 양상을 띤 현대사회에서 미래에 대한 고려는 필수적인 일이다. 삶은 급박하게 돌아가는 .. 2010. 3. 14.
리얼인가, 픽션인가, 『여배우들』 여배우들 감독 이재용 (2009 / 한국) 출연 윤여정, 이미숙, 고현정, 최지우 상세보기 편집이나 어떤 대본의 커팅도 없이 한번에 찍은 듯한 영화. 글쎄 이걸 픽션이라고 해야할까, 리얼이라고 해야할까. 어쨌든 그 사이의 어느 지점에 위치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화씨911 같은 다큐영화의 형식을 띠고 있는 것 같다. 영화라고 하기에는 배우들의 연기내공 탓인건지, 너무 일상적인 이야기같아서 아직도 조금 의심이 든다. 무릎팍도사에서 윤여정씨가 나왔을 때 거의 리얼에, 애드립이 많다고 했다는데, 일개 관객인 내가 보기에도 고현정과 최지우의 마찰을 제외하고는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화려한 조명 뒤의 그림자를 봐달라고 외치는 여배우들. 그들의 삶에도 나름의 애환이 있겠지. 그걸 폄훼하거.. 2010. 2. 20.
눈물을 빼기엔 충분한 '뻔한 감동', 『국가대표』 국가대표 감독 김용화 (2009 / 한국) 출연 하정우, 성동일, 김지석, 김동욱 상세보기 버려진 입양아도 있고 약물파동으로 제명을 당한 '어린' 유망주들도 있다. 소외된 사람들, 특출나지 않은 이들의 도전이라는 설정은 스포츠와 어우러져 감동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하지만, 그것은 언제까지나 '실제 스포츠'일 경우에나 가능한 이야기다. 이런 만들어진 감동은 사실 결말 예측이 쉽고 역경을 딛고 일어나는 수많은 영웅들의 이야기와 닮아있어서 진부하다. 플롯에 의존하기에는 너무나도 흔하고 예측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국가대표가 감동적이라는 평을 받은 이유는 디테일을 잘 살렸기 때문이다. 이런 류의 예측 가능한, 뻔한 스토리의 영화는 무엇을 만드느냐보다는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중요하다. 주인공 입양아와 엄마의 만.. 2010.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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