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청각보고서/movie

[Review] 구름과 물의 노래, 『雲水謠운수요』

by FC 2007. 6. 30.
반응형
운수요
감독 윤력 (2006 / 중국, 대만)
출연 진곤, 이빙빙, 비비안 수
상세보기

운수요 (云水謠: The Knot, 2006)

감독 : 윤력  
출연 : 천쿤, 비비안 수, 이빙빙, 이사벨라 롱
해외 등급 :  NR

구름은 수증기가 상승하여 이루어지지만, 물은 아니다. 물은 구름의 원동력이긴 하지만 수증기가 되어 날아가기 전까지는 구름이 될 수 없다. 지표면 근처에 보이는 구름은 안개이지 구름이 아니다. 이 영화의 제목인 운수요에는 아마도 그러한 구름, 물과 같은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주인공인 진추수와 왕벽운은 서로에게 첫 눈에 반해 사랑하는 사이지만, 집안의 반대와 진추수의 정치적인 신념 때문에 본의 아니게 이별을 하게 된다. 한평생 서로를 그리워 하지만 끝내 만나지 못하는 이들의 인생과 사랑이야기를 왕벽운의 조카인 이사벨라가 그들의 행적을 밟아가는 과정이 이 영화의 주된 내용이다.

운수요는 당시의 정치적인 상황에 대해 직접적으로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다만 당시의 시대상을 묘사하고, 그 때의 정치상황이 진추수와 왕벽운의 사랑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섬세하게 그려낼 뿐이다. 판단은 물론 보는 이의 몫이다.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시대는 타이완과 중국의 대립이 심하던 1950년대 직전의 시절이다. 남북한의 대립처럼 중국과 타이완역시 정치적 이념에 따른 대립이 심화되고 있던 때였다. 물론 서로 대등한 입장이었던 남북한과 본토와 섬이라는 입장이었던 중국과 타이완의 경우는 상당히 다르지만, 비슷한 구석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빨갱이 새끼들 다 잡아죽여야한다고 국가적으로 선동하던 우리나라나, 공산주의자들을 색출해내던 타이완은 서로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과 북한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에 더욱 애정을 쏟으면서 볼 수 있었다. 태극기 휘날리며와 유사하다고 생각하면서.

운수요에서의 사랑은 진추수와 왕벽운을 제외하고는 모두 일방통행이다. 사랑을 쟁취하려고 하지도 않으며, 질투하거나 미워하지 않는다. 다만 보듬어안고 기다릴 뿐이다. 운수요의 사랑은 이 영화의 영어제목처럼 매듭과 같아서 한 번 묶이면 쉽사리 풀어지지 않는, 그런 종류의 인연인 모양이다. 영화속에서 '너는 왜 결혼하지 않느냐.' 라는 물음에 대한 '이 세상에는 마음이 좁고 남자와 권력,돈에 밝은 여자만 남았어요. 당신 시아버지, 시어머님 또한 우리고모님처럼 그런 사람이 이미 없는 것이다.' 라는 이사벨라의 답변은 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사랑이 어떤 것인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구름과 물이 닿기 위해서는 물이 수증기가 되어야하지만, 언젠가는 만날 수 있는 것처럼 이들의 사랑은 한결같은 기다림 그 자체이다.

다만 진추수와 왕김티, 왕벽운, 서자로의 사랑은 표현 방식이 다르다. 진추수는 왕벽운이 죽었다고 생각하여 왕벽운으로 이름을 바꾼 왕김티를 받아들여, 왕벽운에 대한 그리움을 대신한다. 왕벽운은 호호백발 할머니가 될 때까지도 진추수를 그리워하고, 서자로는 그러한 왕벽운을 바라보다가 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왕김티가 가장 적극적인 형태의 사랑을 하고 있지만 그녀 역시 왕벽운만을 바라보는 진추수를 사랑했기 때문에, 이름을 왕벽운으로 바꿔서 진추수를 보듬어 안았고 이 역시 기다림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영화는 이사벨라와 진추수의 아들, 며느리가 그들의 묘 앞에서 인사를 하는 것으로 끝나는데, 비록 해피엔딩은 아니었지만 뒷 맛이 깔끔해서 좋았다. 진추수와 왕벽운의 이야기를 책으로 쓰려고 취재를 하는 왕벽운의 조카 역할을 맡은 이사벨라의 연기도 제법 괜찮았고, 왕벽운 역을 맡은 비비안 수의 연기도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아마도 흔할 수 있는 이념대립기의 사랑이야기가 이렇게 잔잔하게 전달될 수 있었던건, 제3자 역할로 이사벨라를 등장시켜서 과거를 되짚어가는 방식을 취한 탓이 아닐까 한다.

오랜만에 치우치지 않은 좋은 영화였다. 더불어 고산병으로 고생했다는 이사벨라와 5일동안 샤워를 하지 못했다는 신기록을 세운 이빙빙에게도 심심한 수고의 위로를 전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