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난 후의 소감은 다음과 같다.
1. 쌍팔년도 ebs 청소년 드라마 감성의 억지감동
2. 전형적이고 평면적인 캐릭터
3. 원작의 병맛도 안남
4. 웃기려고 작정한 장면들이 하나도 안웃김
패션왕을 보러가는 사람들은 원작의 병맛과 코믹을 기대하고 간 것일텐데 이 영화엔 그런 것이 없다. 패션왕은 못난 우기명이 패션왕이 되는 과정에서 흔하디 흔한 청소년 드라마(그것도 80~90년대)의 클리셰들 사용한다. 영화는 예상했던 대로 흘러간다. 우기명이 괴롭힘을 당하고 전학을 가고 패션에 눈을 뜨는 과정. 착한놈이 승리한다는 권선징악의 설정. 우기명은 한없이 착하고 바보같으며 정의로운 전형적인 캐릭터다. 곽은진은 공부만 알다 사랑에 눈을 뜨고 대학 합격 후에 변신하는 전형적인 모범생 캐릭터이며, 김원호는 청소년 드라마를 통해 오래전에 익숙해진 돈으로 사람 부리는 전형적인 일진 캐릭터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캐릭터.
이 영화의 스토리라인은 평면적이고 뻔하기 때문에 병맛과 유머로 승부를 했어야했는데 그게 전혀 되지 않았다. 병맛은 특이한 복장 한두개로 끝이었으며 유머는 시도는 했는데 아무도 웃지 않는 사태가 벌어졌다. 심지어 시작한지 30분도 지나지 않아 자리를 뜨는 사람들도 많았다. 시사회때 웃음이 터진 건 딱 2번이었다. 하나는 우기명이 은진에게 선물을 줄 때(의외의 선물이라 웃음이 나옴), 그리고 이경영이 등장했을 때. 이경영의 등장은 영화의 내용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다작하는 이경영(안나오는 영화나 드라마가 드물 정도)이 또 나왔기 때문. 이경영은 어느 영화에 까메오로 등장하더라도 웃음을 터뜨릴 것이라 장담한다. ㅋㅋ
착한 우기명의 과장, 원호와 혜진이라는 캐릭터를 단지 우기명의 착함을 돋보이게 하는 평면적 악역으로 쓰고 말았다는 점, 뭔가 있을 것 같았던 원호의 아버지 역할 또한 일회성으로 소모시킨 점도 이 영화의 재미를 반감하는 요소 중 하나다. 이미 결말을 알고 있는 상황이라면 플롯에서 극적인 면을 살리거나 은밀하게 위대하게처럼 관객이 배우의 연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세밀하게 감정선을 묘사했어야했는데 패션왕은 그러지 못했다. 은위의 경우, 김수현과 하숙집 아주머니의 관계에서 감정의 교류를 세밀하게 묘사함으로써 캐릭터의 행동과 감동요소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감독은 20대까지가 타깃이라고 했으나 실제로는 너무 유치하게 촌스러워서 중학생 정도나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병맛도 유머도 없는 이 영화가 미드와 할리우드 영화에 익숙한 요즘 중고등학생에게 과연 포지션을 선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배우들의 연기는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설리 연기는 해적, 아름다운 그대에게랑 똑같은 답보상태였고, 박세영은 적도의 남자때부터 외모가 아주 좋은데 발성이랑 표정은 많은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 안재현은 목소리가 참 좋은데 캐릭터가 너무 10대 고등학생 위주라 한계가 보인다. 연기의 외연을 넓히고 연기연습하면 좋은 배우가 될 수 있을듯. 사람 나름이겠으나 모델출신들은 아이돌과는 달리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화면의 갭이 적고 괜찮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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