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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각보고서/movie

비정한 현실의 메타포, 『District 9』

by FC 2009.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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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트릭트 9
감독 닐 브롬캠프 (2009 / 미국)
출연 샬토 코플리, 윌리엄 앨런 영, 케네스 코시, 로버트 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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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까지 나왔던 외계인이 나오는 SF영화는 외계인과 인간의 대결구도, 혹은 외계문명과 인간문명의 만남을 주제로 하고 있었다. 미지의 생물체에 대한 무한한 만화적 상상력과 함께, 극적인 요소는 대립이나 일시적인 사랑 같은 이성보다는 감성을 자극하는 클리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디스트릭트 9는 할리우드 영화임에도 외계인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제법 신선한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아파르트 헤이트로 대표되는 인종차별국가의 상징과도 같은 나라다. 그런데 이 곳에 최하층 빈민과 외계인을 수용하는 격리지역이 생겼다. 그 지역을 통칭하는 말이 디스트릭트 9다. 흑백을 넘어선 종족차별의 현실이 디스트릭트 9에도 철저하게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다소 흉물스러운 외계인의 외양도 이러한 종족차별적 시각을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장치다.

주인공은 MNU 요원으로 디스트릭트 9 철거 관련 임무를 수행하다가 액체를 맞아 점차 외계인으로 변해가는데 이것 또한 설자리가 좁은 혼혈의 문제를 냉엄하게 꼬집고 있다. 양쪽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 이도저도 아닌 존재를, 인간이 아닌 외계인이 품어안는 모습은 현실속에서 혼혈아를 바라보는 시선을 돌아보게 한다. 늘 사회적 약자를 품는 것은 사회의 상류층이나 강자가 아니라 하류층이나 약자라는 사실을 영화는 냉철한 시선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마지막에 주인공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결혼해서도 '쓰레기로 만든 꽃'을 버릴 수 없다고 이야기 하며, 전 남편을 그리워하는 모습은 디스트릭트 9가 보여주고자 하는 현실이 무엇인지 보다 명쾌하게 묘사하는 명장면이다. 어째서 인간이었던 그는 쓰레기로 꽃을 만들어야만 했던 것일까, 왜 그는 자신의 아내에게 '몰래' 꽃을 가져다 놓아야 했던 것인가. 이 두 가지에 대한 사소하고도 뻔한 의문은 이 영화의 주제를 고스란히 내포하고 있다.

디스트릭트 9은 표현 방식에서도 보통의 영화와는 다른 방식을 취하고 있다. 영화긴 영화지만 다큐멘터리에서 관찰하는 방식을 차용한 것이다. 내레이터가 없다는 점만 제외하면, VJ가 카메라를 들고 인터뷰를 하면서 거리를 두고 관찰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영화는 내러티브로 극을 만들기 보다 카메라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감독이 보는 시선을 여과없이 그대로 보여주어 극에 사실성과 비정함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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