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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각보고서/movie

빈티지한 색감, 그러나 메마르지 않은 감정, 『페어러브』

by FC 2010.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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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러브
감독 신연식 (2009 / 한국)
출연 안성기, 이하나, 윤승준, 이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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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친구와 친구딸의 사랑이라고 하면 으레 불륜이나 질척한 사랑을 떠올리게 된다.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따가운 시선들을 이 영화는 따뜻하게 풀어낸다. 주인공을 둘러싼 인간관계도 이들의 사랑을 방해하거나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조용히 지켜볼 뿐이다. 페어러브는 인간이 인간에게 갖는 호감, 그리고 그 호감이 자라는 과정에 당사자 둘 외에는 어떠한 장애물도 만들어두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너와 나,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다.

언제부터인가 미래라는 단어가 현재보다 현실적이고 현명한 경우로 통용되기 시작했다. 자고 일어나면 변해있는 속도전의 양상을 띤 현대사회에서 미래에 대한 고려는 필수적인 일이다. 삶은 급박하게 돌아가는 세상속에서 점차 빠듯해지고 팍팍해진다. 그런 이들에게 페어러브는 직접적이지만 폐부를 찌르는 이야기를 던진다.


만날 때 헤어질 거 걱정하고 해뜰 때 해질 거 걱정하고, 태어나서 죽을 거 걱정하면서 사는 거 아니잖아요?


주는 만큼 받는, 감정에 충실한 사랑. 페어러브는 통속적으로 일반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은 관계 사이에서의 사랑을 보여줌으로써 사랑을 논리적 이성으로 통제하지 말고 감정에 충실하라고 재촉한다.

일반적으로 멜로영화는 화려하고 강렬할 색채보다는 연한 파스텔톤을 띠는 경우가 많다. 멜로영화만의 감성을 전달하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페어러브의 색은 파스텔톤보다는 옅게 바랜 갈색에 가깝다. 일본영화가 이런 느낌의 그림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는 일본영화의 감성, 느린 롱테이크의 미학을 보여주기에는 아주 적합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널찍한 공간에서 화려하고 빠르게 진행되는 열정적인 사랑보다, 때로는 좁은 공간 속에서 피어나는 느릿하고 소소한 사랑. 일요일 아침햇살같은 감성.

마음을 채우는데는 반드시 기술의 진보를 몸소 증명하려 애쓰는 화려한 3d나 액션씬이 있어야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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