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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각보고서/books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by FC 2009.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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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공지영 (한겨레출판사,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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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해둘 만한 문장

 
기억해 둘 만하다 읽어 볼 만하다
도와 줄 법하다 되어 가는 듯하다
처럼 보조 용언이 거듭되는 경우는
기억해둘 만하다 읽어볼 만하다
도와줄 법하다 되어가는 듯하다
와 같이, 앞의 보조 용언만을 붙여 쓸 수 있다.

1. 마음에는 근육이 있다.
2. 불행이 불행인 이유는 아마 수치심을 동반하는 데 있지 싶다.
3. 지구본 유머 : 내가 안 그랬어요!
장학사 왈, "학생 이 지구본은 왜 기울어져 있지?"
학생 왈, "제가 안 그랬어요."
4. 한 때 삶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다고 느낄 때 나는 평화를 간절히 갈구했다.

기억해둘만한 문장이 거의 없어 책을 뒤적거려야 한다는 것은 일종의 책을 산 행위에 역행하는 불행이다. 사서 읽을만한 책은 아니다. 내가 에세이를 읽는 이유는 단 하나다. 다른 사람의 통찰력과 신선한 문장들을 흡수하는 것. 미안한 얘기지만 공지영씨의 문장은 배울 것이 없다. 통찰력도 그다지 뛰어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소설을 잘 쓰는 것과 좋은 문장을 가지고 있는 것은 별개지만, 훌륭한 작가라면 둘 다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 책과 그 외 소설 한 두권 읽어본 바로는 공지영씨는 예외인 것 같다. 글에 엿보이는 소소한 면에 공감하게 돼서 인기작가인걸까? 다소 의문이다. 음, 그래. 글을 완성하는 체력이 공지영씨의 장점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사라마구의 신선한 소재와 날카로운 블랙 유머에 반했고, 허지웅의 통찰력과 신선한 표현을 다소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 김승옥 소설의 천재성 가득한 특유의 분위기를 존경하지만, 도무지 공지영씨의 글은 어떤 것을 배워야할지 모르겠다는 거다.

결론은 이 책을 인기작가라고 믿고 산 내가 좀 한심하다는 것. 이전에 내가 갖고 있던 공지영씨의 글에 대한 판단을 무시하지 말았어야 했다. 한겨레 연재한 모양인데 인터넷으로 읽어도 별 감흥이 없을 글을 돈주고 사서 읽었다니 참... 도움이 될만한 책을 고르지 못한 내 불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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