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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뜬 자들의 도시는 절망적이다. 백색질병이 물러가고 그 누구도 그 일을 입에 담지 않는 상황에서 발생한 백지투표. 어쩌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간 것에 대한 작은 반란일지도 모른다. 눈먼 자들의 도시가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덤덤하게 보여주었다면, 눈뜬 자들의 도시는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가졌던 희망이라는 가치의 소실을 말한다.
의사 아내의 죽음. 피를 흘리고 죽었기 때문이다- 같은 무미건조한 문체는 의사 아내의 죽음이 시사하는 바를 더욱 강조한다. 백지투표의 선동 여부와는 관계없이 백색질병으로 아무것도 보지 못하던 시기에 신神처럼 볼 수 있었던 인물. 그러나 백지투표와는 아무런 연관성도 없었던 인물. 그녀가 상징하는 것은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드러난 희망이자 휴머니즘이다. 죄가 없는 그녀의 죽음으로 눈뜬 자들의 도시는 앞으로 이타성이나 희망을 가질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설사 이타성이나 희망이 남아있다고 해도 정부에서 그렇지 않은 상황을 만들 지도 모른다. 백지투표를 선동한 주범이 죽었다는 정부의 발표와 함께 민주주의를 제재하는 법안이 상정될 것이라는 건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으니까. 꼭 그녀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누군가 뒤집어 써야 할 인물을 찾고 있었던 거다. 그래서 의사의 아내가 무죄라는 것을 안 경정과 당사자인 의사의 아내 역시 죽어야만 했던 것이다.
눈뜬 자들이 가득한 도시를 눈먼 자들이 통치하는 세상. 눈을 뜰 의지가 없는 위정자들.
요지는 눈먼 자들의 도시가 사라마구가 보여준 인간의 휴머니즘이라면 눈뜬 자들의 도시는 사라마구가 보여준 인간의 절망이자 나락으로 떨어진 지배집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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