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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년 반만에 쓰는 책 포스팅. 찰나간의 반성을 뒤로 하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한다.
사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 책의 역자가 역자 후기에서 거의 다 해서 역자 후기를 옮기는 편이 적절한 감상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건 내 글이 아니니까 겹치는 부분이 있더라도 내 문장으로 쓰는 편이 낫다.
스위스 철학자 알랭 드 보통은 굉장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주 골자는 '사랑'을 시작해서 끝맺음을 하고 또다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이 남자는 보통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캐릭터와는 좀 다르다. 작 중 클로이가 이야기했듯이 굉장히 생각 - 철학적 사유에 가깝다. - 이 많고 감정적인 부분도 분석하는 사람이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사랑을 한다는 현실에서 사랑의 이면, 원인, 과정 같은 당연히 따라오는 것들에 자신의 지식을 곁들여 본질을 보려 한다. 어쩌면 알랭 드 보통 자신의 분신일지도 모른다.
철학책이고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이 책은 지루하지는 않다. 알랭 드 보통의 통찰력은 실로 매우 놀랍다. 그가 이 책을 25살 - 그러니까 나보다 한 살 어린 시기 - 에 썼다는 것에 경탄을 내뱉게 될 만큼, 이 책에서 보여주고 있는 사랑의 시작과 끝, 과정에 대한 고찰은 매우 놀랍다. 그건 사랑에 대한 작가의 통찰력이 내가 보지 못한 이면의 것들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그렇기만 했다면 이야기는 굉장히 지루했을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은 누구나 사랑을 할 때에 느꼈을 만한 감정, 생각해 볼만한 것들을 철학적으로 구체화한다. 비록 철학에 대해 잘 모를지라도 이 소설의 구절구절에는 공감을 한다. 왜냐면 내가 느꼈던 감정들을 작가가 자신의 언어로 써낸 것뿐이니까.
미리 결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보다 상당히 부드럽게 전개한 스토리도 그렇고... 생각보다 파격적이지 않아서, 결말에 대한 이야기를 이미 알고 있어서, 친구가 말한 스포일러의 충격완화장치 역할은 제법 충실했던 것 같다. 둘 다 같은 맥락이지만, 어쨌든.
소장하고 싶은 책. 아니 소장해야겠다고 마음 먹게 만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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