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
노무현 대통령이 읽었다하여 더욱 유명해진 김훈의 칼의 노래. 물 흐르듯이 한 인간의 고뇌와 순간을 써내려가는 그의 산문은 읽기 어렵지도 않았으며, 지루하지도 않았으며, 깊은 생각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칼의 노래처럼 날카롭고도 흘러가듯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어서 나는 마치 책 한 권에 흡수당하는 듯한 기분을 맛보았다.
소설이기에 허구가 일부분 포함되어 있긴 했지만 김훈은 인간 이순신의 관점에서 인간 이순신을 실감나게 그려낸다. 구국성웅 이순신도 우리와 똑같이 성욕을 느끼고 우리와 똑같이 스스로의 미천함을 개탄하며 우리와 똑같이 의연하고 싶어하는 한 명의 인간이라는 사실을...
한 인간을 바라보는데 한 가지 관점만이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나는 여지껏 이순신을 어릴 적 읽었던 어린이용 위인전이나 몇 몇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그의 영웅적인 모습만으로 보고 있었다. 명백한 착오다.
불가능해보이는 전황에서도 나라를 위기에서 구해낸 영웅의 삶의 순간은 강렬한 불꽃같지도, 격렬한 파도같지도 않았다. 단지 덤덤하게 불어가는 가을바람과 같았다. 구국성웅의 목숨이 사그라드는 그 순간의 묘사에도 나는 덤덤함 외의 어떤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그건 내 탓이 아니다. 김훈의 글은 인간 이순신을 부르는 노래와 같기 때문이다.
반응형
'시청각보고서 > boo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감상] 콘돌리자 라이스 & 7막 7장 (0) | 2007.10.26 |
---|---|
[감상] 설국 written by 가와바타 야스나리 (0) | 2007.10.26 |
김진명, 살수 (0) | 2007.09.13 |
히가시노 게이고, 백야행白夜行 (0) | 2007.09.08 |
에밀리 브론테, 폭풍의 언덕 (Wuthering Heights) (2) | 2007.09.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