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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는 내내, 그리고 감독과의 대화 시간에도 납득하지 못한 의문이 3가지 있다.
첫째, 대조적인 캐릭터들을 강조해놓고 어째서 단지 가족이라도 닮지 않은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게 전부인건지.
고향(?)에서 생선가게를 하고 있는 명주, 서울에서 회사생활을 하고 있는 나름 커리어우먼 명은. 영화는 명주와 명은의 하루의 시작을 대조적으로 보여주고, 성격의 차이도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처음에 너무나도 다른 두 자매가 여행을 통해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고 가까워지는 영화구나, 하고 제멋대로 생각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렇게 강조하는 만큼 그에 대한 대답이 영화를 끝까지 다 보면 있을 줄 알았건만, 없어서 매우 서운했다. 감독님에게 대조적인 캐릭터에 대해서 질문을 했던게 그런 부분에 대해 설명을 해줬으면 하는 거였는데, 가족에도 성격이 다른 사람이 있고 그렇게 다를 수 있다는게 전부였다니. 단지 그런 정도에 불과했다는게 실망스러웠다. 내 질문이 많이 부족했나? 못 알아들으신건지... 정말 저런 의도였는지 알 수가 없다.
나는 영화를 볼 때 영화적 장치나 캐릭터 연출에 주목하는 편이다. 캐릭터를 너무나도 확연하게 대조적으로 그려내고 있길래 정말 뭔가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정말 아무 것도 없었다. 뭐야-_-가 절로 튀어나왔다. 내가 감독이었다면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 있다는 것만 빼면 그다지 공통점을 찾을 수 없는 두 명의 캐릭터의 차이만 보여줄 것이 아니라, how나 why의 측면을 좀 더 고려했을 것 같다. 그냥 그렇다는 얘기다.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하지만 납득은 할 수 없는 그런거다.
둘째, 제목과 영화 내용을 연관시켜 납득하기 어렵다. 이모가 아버지로 돌아가지 않아도 좋아요, 일까? 이모인 그대로가 좋아요, 일까? 명은의 선택이 드러나지 않은 열린 결말이 주는 메시지는 명백하다. 받아들이거나 아니거나. 감독과의 대화에서 부지영 감독은 말했다. 앞으로 명은에게 힘든 시간들이 있을 것이지만 그걸 받아들일지 아닐지는 명은에게 달린 것이라고. 즉, 열린 결말이라는 얘긴데, 제목은 명은의 선택에 대한 관객의 상상을 제한해 버린다.
셋째, 가족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자식을 지켜보고 싶은 사람이 어째서 그 자식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선택만을 우선시 했느냐는 점이다. 가족은 공동체다. 공동체의 구성원은 상호간의 존중을 전제로 한다. 내가 원하고 원래 성적 정체성을 찾아가는게 당연하다고 해도 그 선택이 전부가 아니라는 거다.
여성학 수업을 들은 적도 있고 거부감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도 나는 납득을 할 수가 없다. '가족'이라는 공동체에서 자식과 함께 살고 싶은 사람이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당연히 그렇다는 건 납득할 수 없다. 극중 명은의 상처받은 시간들, 견뎌내야할 사회적인 시선, 부모로부터 응당 받아야할 사랑의 부족은 왜 '당연히' 수용해야하는 것이 되었을까. 그 선택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의도하지 않게' 감당해야할 고통이 아무렇지 않았던 건지. 여성영화이기 때문에? 성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그를 따라가는 것이 당연하려면, 그 이면에 고통을 겪을 수 있는 이들도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인정하고 배려해줘야 되는거 아닌가. 결국 그렇게 만들어 놓은 가정으로 돌아와 자식을 지켜본다는 건 자기만 생각한 이기심의 발로가 아니었는지...
개인에게는 선택의 자유가 있다. 하지만 왜 내 선택의 대가를 다른 사람이 짊어져야 하는 걸까? 그 선택이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위한 것이었다고 해도 나의 선택이 타인의 삶에 누가 된다면? 이 영화는 여성주의적 시각이라는 이름 하에 명은이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시선, 그 상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기까지 겪을 수 있는 혼란, 거부감 같은 것들을 모두 덮어버린다. 반문의 여지가 없는거다. 왜 너는 성적 정체성에 대한 선택의 자유를 인정하지 못하느냐? 지독하게 잔인하고 이기적이다.
이 이야기를 친구에게 했더니 친구 왈... '왜 가족을 갖는데 핏줄이 필요한건데? 진정한 여성이 바라보는 그런 영화라면 핏줄이라는 형태가 아니라 다른 걸로 갖고 가족을 만드는 모습을 보여줬겠지. 핏줄을 통해 가족을 형성한다는 건 남자의 시선이야.'
내용에 대한 내 의견은 여기까지 하고... 배우 연기에 대해 지적을 하자만 공효진씨 연기는 아주 좋았다. 본인은 미쓰홍당무에서 망가지는 역할을 해봤는데 또 망가졌다고 했지만, 내가 보기에 공효진씨는 비슷한 타입의 캐릭터라도 그 미묘한 차이에 대한 해석이 아주 뛰어난 것 같다. 상두야 학교가자부터 지켜봤는데 늘 비슷비슷해보여도 각각 다른 캐릭터를 선명하게 각인시킨다. 영화 쪽에서 어떤 타입의 캐릭터 하면 공효진하고 떠오르는 걸 보면 자기만의 연기 영역을 확실하게 굳힌듯. 예쁜 배우는 저 말고도 많잖아요, 하는 그녀의 말에 솔직하고 쏘쿨한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배우 공효진을 느꼈다면 내가 너무 오바한건가? 신민아씨 같은 경우는 발음이 아쉬웠다. 요즘들어 가수나 배우의 발음에 민감한건지 어쨌든 정확하지 않은 발음은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도 어렵고 신경쓰인다. 조금 말이 입 안으로 돌아드는, 웅얼거림이 있는 것 같다. 몇 몇 단어들은 거슬릴 정도로 발음이 새기도 했고... 이런건 좀 신경 써야하지 않나 싶다. 그것만 빼면 연기는 괜찮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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