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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각보고서/movie

잘 차려진 Well 밥상, 『7급 공무원』

by FC 2009.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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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급 공무원
감독 신태라 (2009 / 한국)
출연 김하늘, 강지환, 장영남, 류승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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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급 공무원은 지능적인 상업성으로 포장하고 있다. 공무원. 청년실업과 경기침체의 시기에 최근 몇 년간 세간에서 가장 회자되곤 했던 단어가 아닐까. 아무렇지 않게 지나칠만한 이야기라고 해도 '어, 공무원?' 하고 호기심을 가져볼만 한 것이다. 첫째로 이전까지 공무원은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고 둘째로 공무원을 소재로 한 영화는 거의 없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지능적인 제목 마케팅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관객들의 호평을 받으며 롱런을 하고 있는 이유를 단지 눈길을 끄는 제목이나 스타급 배우가 출연만으로 한정짓기에 이 영화는 너무나도 억울하다. 우울한 시기를 영화를 보는 시간만큼은 깔깔대며 웃을 수 있는 요소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트루먼쇼의 주인공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이 트루먼을 지켜보는 재미같은 거다. 나만 모르는데 주위 사람들은 다 아는 것.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재미 요소는 관객은 다 아는데 주인공만 모르는 서로의 정체, 그리고 김하늘강지환의 코믹연기다. 대부분의 웃음은 이 두 가지로부터 흘러나온다. 강지환이 찌질하게 구는 모습이나 긴장감 넘치는 순간에 휴대폰 카메라를 들이댔을 때 휴대폰에서 나오는 소리, '여기 울릉도야.' 하고 뻔뻔하게 넘기는 김하늘의 모습에서 관객들은 웃음을 터뜨린다. 하지만 이러한 웃음은 코믹연기만으로는 나오지 않으며, 배우의 코믹연기와 주인공만 정체를 모르는 설정이 동시에 버무려져야 나올 수 있다.

전체적인 흐름을 이끌어 가는 굵직한 국정원 내의 수사 이야기나 몇몇 액션씬은 어찌보면 이 영화의 감초에 불과하다. 이 영화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웃음 유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무겁지 않은 것은 액션 연기조차 남자가 가면을 벗는다거나, 말을 탄다거나 하는 등의 진지해야하는 상황에서도 가볍게 웃고 넘어갈 수 있는 해학을 보여준 탓이다.

코믹영화치고는 보기 드물게 신태라 감독은 2가지의 반전을 깔아두었는데 그 반전요소 역시 이 영화 속에서는 기가 막히다기보다는 가볍게 웃고 넘어갈 수 있는 반전이다. 러시아인이 가면을 벗는 반전과 김하늘의 맞선(인지 소개팅인지?) 상대도 사실은 동종업종의 7급 공무원이라는 반전에서 우리는 놀라지만 그냥 웃고 넘어간다. 왜냐하면 사건의 줄기가 두 주인공의 정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수사 자체에는 그다지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아서 전체적인 극의 내용에 미치는 영향력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영화 얘기는 이쯤 접어두고 배우 이야기로 넘어가면, 강지환과 김하늘은 어느 정도 본인의 캐릭터를 확립했다. 김하늘 같은 경우는 이런 류의 코믹 캐릭터 역할을 생각하면 달리 떠오르는 배우가 없을 정도로 온에어에서 보여주었던 톱스타 역할과 코믹 멜로의 주인공으로서의 역할에서 독보적인 캐릭터를 확보하고 있다. 강지환쾌도 홍길동에서의 코믹한 모습을 그대로 영화로 옮겨온 것처럼 맛깔나게 코믹 연기를 소화한다. 이미 캐릭터가 어느 정도 굳어져있던 김하늘에 비해 강지환은 이제 캐릭터를 확립해가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뭐 그런 것과는 별개로 이들의 연기변신을 보고 싶은 것도 관객으로서의 마음이지만, '이건 얘 아니면 안돼.' 하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도 나름 배우로서 갖춰야할 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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