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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각보고서/movie

검정에 흰색을 섞으면? 회색, 『체인질링』

by FC 2009.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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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질링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2008 / 미국)
출연 안젤리나 졸리, 존 말코비치, 제프리 도너반, 마이클 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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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질링은 검정색에 흰색을 부어 회색으로 바꾸는 영화다. 아이의 실종에 대한 진실을 밝힌다는 소위 수사물의 형식을 띠고 있으면서도 이야기는 주인공인 크리스틴 콜린스(안젤리나 졸리 분)를 중심으로 진행한다. 물론 기막힌 액션이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은 없다. 호흡은 전혀 가쁘지 않다는 얘기다.

이 영화에서 제시하고 있는 검정색은 세 가지로 세분할 수 있다. 아이의 실종과 LA 경찰의 부패, 부조리한 정신병원.

아이의 실종은 와인빌 양계장에서의 살인사건으로 이어지고 LA 경찰의 부패는 가짜 아이를 데려다 주면서 실종사건을 둘러싼 이야기의 또다른 한 축을 형성한다. 부조리한 정신병원은 사실 LA 경찰의 부패와 맞물려 있지만 또 하나의 사회라고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세 가지라고 구분해 두기로 한다.

이 영화는 월터 콜린스의 실종과 와인빌 양계장 살인사건을 연결하여 광기에 찬 살인마가 일으킨 살인사건을 재조명하고 있다. 그리고 월터의 실종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LA 경찰의 부패를 신랄하게 고발하고 있다. 정신병원의 의사들 또한 경찰과 결탁하여 멀쩡한 사람을 정신병자로 만들고 부당한 사실을 강제적으로 받아들이게 하려는 사실을, 크리스티나가 만났던 정신병원의 또다른 수용자의 입을 빌려 이야기한다.

비록 계기는 범인의 동생의 고백이었을지라도 까맣고 어둡기만 했던 영화에 점차 흰 색을 덧칠하는 것은 다름 아닌 일상 생활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크리스틴이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은 후반부에서 저녁식사를 청하는 동료나 파티에 가자고 하는 사람들, 선뜻 무료로 변호를 하겠다고 하는 변호사 등의 그녀의 삶에서 멀리 떨어져있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이런 사람들과 함께 영화는 점차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면서 LA 경찰 간부들의 파면과 범인의 교수형을 끝으로 검정색을 걷어내고, 월터가 아닌 양계장에 잡혀있던 다른 아이의 입을 빌려 월터가 살아있을 거라는 희망을 갖게 하면서 끝을 낸다.

체인질링은 정의는 승리한다는 아주 고전적이고도 상투적인 메시지를 언젠가는 아들이 돌아올 거라는 희망으로 포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것이 식상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월터가 죽었다고 믿고 상심하는 것보다는 돌아올 거라는 긍정의 메시지를 보여주고자 했기 때문이 아닐까. 없을 바에야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낫다는 게 영화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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