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크루즈의, 톰 크루즈에 의한, 톰 크루즈를 위한, 『작전명 발키리』

작전명 발키리 감독 브라이언 싱어 (2008 / 독일, 미국) 출연 톰 크루즈, 케네스 브래너, 빌 나이히, 톰 윌킨슨 상세보기

전쟁은 이름 모를 대중들의 목숨을 필요로 하지만 전쟁영화는 단 한명의 영웅을 필요로 한다. 그게 비운의 주인공이든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영웅이든.

톰 크루즈의 작전명 발키리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왼쪽 눈과 오른팔을 잃고 왼손은 엄지, 검지, 중지만 남은 비운의 슈타펜버그 대령. 그는 독일을 위해 히틀러를 없애고 새로운 독일을 만들 것을 꿈꾼다. 비록 그게 한낮의 꿈이었을지라도.

나치 독일과 세계대전은 수많은 영상물이 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제공하는 소재다. 사실 실화이기에 다른 어떤 허구보다도 홍보하기에도 좋지 않은가.

그런데 두 가지의 아쉬운 점이 있었다. 첫째로 이 영화는 나치 독일에 관한 어떠한 설명도 들어가있지 않았다. 역사적 지식이 없다면 어땠을까. 과연 나치 독일의 부당함에 대해, 히틀러의 존재의 부당함에 대해 공감할 수 있었을까? 그래서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없었던 걸지도 모른다. 실미도와 색계가 어떻게 진한 감동을 주었는지를 떠올려보면 더욱 그렇다. 이미 다 아는 역사적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영화이기에 나치 독일의 부당함에 대해 어떤 개연성을 삽입했어야 한다고 본다.

둘째로 작전명 발키리에 관한 것이다. 전쟁에서의 군사작전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잘 모르고 깊히 고민해본 적 없는 나로서는 이 영화의 작전이 어찌해서 히틀러를 몰아낼 수 있는지 명확하게 알지 못했다. 그나마 영화가 끝날 때쯤에 되어서야 이런 식으로 하려는 거였구나 하고 깨달았을 뿐, 이 작전이 어째서 유용하고 그리 어려움 없이 진행될 수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영화 자체에서도 작전의 진행을 보여주기에 급급했는지, 러닝타임을 고려한건지 작전의 실행과 성공에는 그다지 어려움이 보이지 않았다. 그토록 중요한 사안에서 히틀러는 군사작전 변경안을 제대로 검토조차 하지 않고 서명을 해야만 했을까? 집은 폭발했는데 히틀러는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과연 발키리 작전이 최선의 대안이었을까? 나는 이러한 의문점들을 영화에서 설명해주기를 바랐지만 영화는 스토리를 일방적으로 토해내기만 했을 뿐이었기에, 아쉬움을 금할 수가 없다.

이 두 가지의 아쉬운 점을 제외한다면 CG도 훌륭했고 톰 크루즈의 카리스마도 그가 맡은 역에 잘 어울렸으며, 할리우드 영화 치고는 예상할만 했지만 허무하지 않았던 결말은 제법 만족스러웠다. 기대를 별로 안해서 그런가... 개인적으로 숲속에서 자동차를 타고 가는 장면이 여럿 나오는데 숲 위에서 비추던 앵글은 마음에 쏙 든 장면이었다.

아래는 무대인사 가서 캠코더로 직접 찍은 동영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