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청각보고서/movie

한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비극, 『화려한 휴가』

by FC 2007. 8. 1.
반응형
화려한 휴가
감독 김지훈 (2007 / 한국)
출연 김상경, 안성기, 이요원, 이준기
상세보기

"시민여러분, 지금 시내는 계엄군이 쳐들어 오고 있습니다. 우리를 도와 주십시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 입니다. 광주 시민 여러분 저희를 잊지 말아 주세요."

아직도 생생하게 들려오는듯한 신애(이요원 분)의 목소리. 화려한 휴가는 5.18 당시의 상황을 재현한 영화다. 배경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일상의 행복을 누리고 싶었던 이들이 폭도로 몰려 개죽음을 당한 1980년 봄의 어느 나날들이다. 영화의 초점은 보통 사람과 크게 다를 것 없는 일상에 있었다.

봄은 만물이 피어나는 계절이고 더욱이 5월 중순쯤이면 꽃이 만개하는 시절이다. 어쩌면 전두환의 군사독재에 대해 광주시민들의 투쟁은 아직 못다핀 민주주의 후진국 대한민국에서 피어난 한 줄기의 꽃일지도 모른다.

권력을 갈구하고 그에 미친 한 사람의 탐욕때문에 얼마나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피를 흩뿌리며 죽어갔는가. 내가 이 영화에서 본 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건 그 무엇도 아닌 인간의 욕심이라는 것이었다. 끊임없는 욕망은 발전의 원동력이기도 하지만 가장 무서운 살인병기일 수 있다. 무수한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희생시키면서까지 대통령을 하고 싶었습니까, 라고 전두환씨에게 직접 물어보고 싶을 정도로 나는 권력에 눈 먼 한 인간의 야망을 이해할 포용력을 갖추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네들에게 인간의 생명이란 스스로의 권력욕만도 못한 것에 불과한지... 어째서 그토록 무고한 이들을 폭도로 몰아 개패듯이, 총싸움 연습이라도 하듯이 죽인 장본인은 버젓이 살아있는데 우리는 당시에 죽은 이들이 누구인지조차 몰라야하는건지 나는 어디에다가 이 아련한 마음을 쏟아내야하는지 알 수 없다.

그 날의 작전명 화려한 휴가. 당시의 사건에 비해 너무나도 역설적인 이 작전명에서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당시에 작전을 수행했던 특수부대에게 이 작전은 그들이 교육받은 훈련을 실전에서 마음껏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받은 휴가라는 사실에서 비롯된 이름이라고 한다.

아무도 그들을 알아주지 않았기에, 그들의 의기를 단지 반역으로 몰아세웠기에 더더욱 우리는 그들을 기억해야한다. 우리가 현재의 우리를 있게 해준 고인들에게 할 수 있는건 그것뿐이니까. 민주화된 대한민국과 우리가 누리는 자유는 우리만의 것이 아니라는걸 명심하자. 1980년 5월 18일의 광주는 모든 대한민국 국민들이 짊어져야할 역사의 무게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