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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하자마자 볼 생각이었는데 갈 때마다 표가 매진이거나 자리가 안좋았기 때문에 어제서야 보게 되었다. 전문가평은 극악인데 일반인의 평은 상당히 괜찮다고 들었지만, 태풍 정도라는 말도 들어서 크게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예고편이나 극장용 포스터를 보고 볼 결심을 했기 때문에 평이 나쁘다고 해서 안 볼 생각은 없었던 것 같다.
영화는 시작 부분에서 대한민국의 역사적 현실을 조망하고, 그 이후를 픽션으로 설정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경의선 철도 완전 개통 역시 픽션의 일부이다. 영화는 중반부에 이르기까지 매우 괜찮았다. 그 엄청난 흡입력과 상당한 스케일, 급박하게 돌아가는 정세와 개성 뚜렷한 캐릭터는 영화에 몰입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특히 명성황후와 고종의 이야기는 정말이지 한국인이라면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가슴 아팠다. 그러나 정부 종합청사의 폭발 장면 이후부터 비약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나치게 비현실적이었다. 물론 영화이고 픽션이지만, 나는 현실에 기반한 영화라면 어느 정도의 실현 가능성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점이 초중반부의 재미를 반감시킬 만큼 아쉬웠다. 강우석 감독의 이전작인 실미도보다 짜임새가 부족했다.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지만 스케일과 플롯은 반비례하는 것 같기도 하다.
적어도 강우석 감독의 영화에서 안성기의 이미지는 '신념을 굽히지 않고 국가를 최우선에 두는 소신있는 인물.' 로 굳어진듯 하다. 감독이 일부러 그런 캐릭터를 제시하는 것일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강우석 감독의 영화에서의 안성기는 저러한 인물을 연기하고 있고, 실제로 매우 잘 어울려서 연기가 아닌 그 자신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그만큼 안성기의 캐릭터 소화는 뛰어났다. 문성근이나 차인표, 조재현의 연기도 상당히 좋았다. 특히 문성근의 비열한 이미지와 차인표의 강인하고 차가운 연기는 영화의 주가를 올리는 한 요인이었다고 본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사는 명성황후의 마지막 말과 문성근의 마지막 한마디였다. 문성근은 그 대사를 하기 전까지는 매우 비열한 매국노처럼 그려졌지만, 마지막의 대사 하나로 나는 그 캐릭터에게 공감할 수 있었다. 명성황후야 드라마에서도 뮤지컬에서도 많이 다루어졌으니 굳이 여기서까지 대사를 논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감동 그 자체였다는 것 뿐.
전체적으로 상당히 괜찮았던 영화였지만 지나친 민족주의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는 조금 우려가 되기도 한다. '하늘이여 땅이여' 이후의 김진명씨의 소설을 보는 느낌이라... 후반부에 상당한 비약이 곁들여진 비현실적인 스토리와 마무리가 허술했던 플롯이 무척이나 아쉬웠던 영화이다.
※ '하늘이여 땅이여' 이후의 김진명씨 소설은 매우 민족주의적이고 다소 황당할 수 있는 역사 해석이 많다. 그게 또 매우 그럴듯해서 실제로 그런가 싶기도 하지만..
2006.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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