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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각보고서/comics

[감상] 한국적 판타지의 로맨스, 『마니』

by FC 2006. 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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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 1
카테고리 만화
지은이 유시진 (시공사,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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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진의 초기작 중 하나인 마니는 그녀의 초기 작품 세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조용히 지켜보는 듯한 문체와 매우 섬세하고 솔직한 심리묘사, 서툴지만 사실적인 그림, 희미한듯 선명한 이야기 전개 방식 등등.

마니라는 제목은 여주인공의 이름이다. 마니는 용왕족의 한 명이고, 그의 동거남 해루는 출생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나른한 느낌의 인물이다. 이 만화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진행되며, 그 안에서 조금씩 메인 스토리를 진행시켜가는 형태를 띄고 있다. 이상하게도 중간 과정은 재미있다, 정도였는데 결말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서 나는 이 만화를 좋아한다. 여운이 남는다고 하기엔 뭔가 부족한 것 같고, 허전하다고 하기에도 뭔가 부족하고. 여튼 결말 때문에 소장할 결심을 한 만화다. 애장판에는 외전도 실려있는데 그 외전은 작가가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그려서 그런지 그림체가 바뀌어서, 마니에 비해서는 조금 황량하다.

한국의 처용신화와 판타지를 절묘하게 접목한 점은 높이 평가할만 하며, 그것을 표현함에 있어서도 별로 유치하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은 작가의 역량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또한 '가족 간의 싸움' 이라는 요소를 전혀 폭력적으로 묘사하지 않았다는 점 역시 높이 살 요소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쿨핫 이후, 유시진의 스타일이 본인의 취향과는 약간 엇나가고 있다는 것. 분명 그림도 예뻐졌지만 마니나 쿨핫에서 받았던 아득하고 애틋한 감정은 그다지 전해져오지 않는다. 마니와 쿨핫이 유시진의 도약기였다면 지금은 조금 안정된 느낌이라고나 할까.

2006.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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