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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각보고서/movie

고도 경주의, 『경주』

by FC 2014.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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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2014)

 
9.4
감독
장률
출연
박해일, 신민아, 김태훈, 신소율, 류승완
정보
로맨스/멜로, 코미디 | 한국 | 145 분 | 2014-06-12
 

 

 

장률감독의 경주는 아주 어려운 영화다. 약 2시간 30분에 달하는 긴 러닝타임에 다소 지치기도 하고 때로는 느릿한 롱테이크에 빠져들기도 한다. 경주는 내게 고도 경주에서 145분 동안 거북이걸음하며 화해와 힐링을 하는 느낌을 준 영화다. 박해일의 일상 연기는 매번 비슷하지만 영화마다 다른 느낌을 주며, 신민아는 연기력을 평하기엔 매우 부족한 수준이지만 영화를 보는데 거슬리지는 않는 수준의 무난한 연기를 한다. 윤진서나 신민아나 발음이 무척 새는데 이부분은 종종 듣기에 따라 거슬릴 때가 있어서 교정이 필요할듯 싶다. 박해일은 느릿하고도 섬세한 최현을 맛깔나게 연기했다.

 

이 영화를 관통하는 코드는 힐링이다. '경주'는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 경주까지 내려온 북경대 교수 최현과 경주에서의 하루를 느리게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최현의 여자는 3명이다. 공윤희, 여정, 그리고 음성으로만 등장하는 최현의 現부인. 여정은 최현의 과거이자 상처다. 최현과의 하룻밤을 보낸 전적이 있으며 경주에서의 만남에서, 최현에게 비수같은 말을 하며 상처를 주지만 마지막에 '남편이 선배를 찾고 있어'라는 대사로 최현에게 시간에 대한 깨달음을 주는 인물이다. 반면 공윤희는 최현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인물이다. 경주에 온 최현은 현재 와이프와의 관계가 원만하지도 않고 여정에게 날이 선 말을 들을 만큼 일종의 상처를 안고 있는, 힐링이 필요한 인물이다. 그는 경주에서 과거를 더듬고 윤희와의 만남을 통해 아주 느리게 상처를 힐링해나가게 된다. 최현의 現부인은 중국인으로 극중 '중국여자는 드세지 않아?'라는 여정의 대사처럼 현의 원만한 부부생활을 어렵게 하는 인물이다. 실제로 마지막에 최현이 한국에 오기 전에 다툼이 있었음을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결과적으로는 최현이 돌아가야할 곳인 셈이다.

 

러닝타임이 2/3이상 흐른 뒤에야 등장하는 최현과 공윤희의 사정은 이 영화의 주제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아내와 싸우고(?) 한국에 온 최현과 남편의 자살로 힘들어하는 공윤희. 상처는 단지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대화 외엔 윤희와의 아무일도 없었던 밤을 보낸 최현의 발걸음은 전날에 비해 확연하게 가볍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아내에게 온 보이스메시지(?)인지 음성녹음인지 여튼 아내가 화해의 의미로 보낸 직접 부른 노래 모리화를 들으며 윤희의 집을 나서는 최현의 뒷모습은 마음의 안정을 얻은 그와 아내의 갈등이 화해무드로 접어들었음을 암시한다.

 

사람은 사람으로 치유받을 수 있을까? 인간관계의 해답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윤희와 최현이 잠시나마 공유했던 하루의 일상은 그들의 상처를 보듬어줄 수 있었을까? 어렵디 어려운 영화였다. 몇번 더 봐야 이해할 수 있을법했던 영화. 배우들도 시나리오 처음 받고 이해가 안됐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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