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요약하자면 불륜포르노 포장영화. 섹스씬을 넣기 위해, 그 씬을 정당화하기 위해 134분의 러닝타임이 동원된, 감독의 연출능력이 아까운 저질영화. 이 영화를 한국판 색계라고 하는 사람들은 진정 색계를 제대로 보고 하는 소린가? 색계에는 이념적, 정치적, 역사적 시점을 반영한 설정적 재미가 있었다. 그런데 인간중독의 월남전은 단지 송승헌의 무용담이나 월남에서의 정신적 고통을 상징하는 수단으로만 작동한다. 두 영화 속에서 전쟁의 의미가 다르건만, 그 역사적 소재가 영화의 극적인 장면에 관여하는 깊이가 다르건만, 대체 무엇을 보고 색계 같은 명작에 저질불륜영화를 들이미는지 모르겠다. 이 영화의 수준은 6점대에 머무르는 평점 이하다.
연기도 조여정 유해진 온주완만 하더라. 참나.. 송승헌은 20년째 가을동화의 발연기를 하고 있으며 다 벗어가며 적나라한 섹스씬을 찍은 여주인공의 고군분투는 장면은 있되 내용이 없는 시나리오 덕분에 야동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했다. 이런 거 찍는다고 배우소리 듣는 게 아닌데. 연기만 잘하면 영화 구려도 연기하는 배우라는 말 듣는다. 20년 동안 똑같은 발연기 이제와 늘리도 없고 연습도 안하는 거 같으니 외모관리라도 빡세게 하세요~ 편집상 유해진 구하는 장면처럼 굳이 넣을 필요 없는 불필요한 씬도 보였다. 다만 영화의 대사가 유치하고 촌스러운 것에 비해 감독의 연출은 상당히 좋았다. 지루하고 내용없는 영화를 그나마 끝까지 보게 해주었으니까. 대사의 유치함이나 촌빨도 이 영화의 배경이 1960~70년대임을 감안한다면 그래 익스큐즈 할 수 있지만 뻔하고 반전없는 결말과 내용없이 불륜을 순수한 사랑인 양 정당화하는 데서는 할말을 잃었다. 이걸 두고 영화적 상상력이니 수용하라 한다면 할말 없다. 나는 색계를 명작이라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색계에서 양조위와 탕웨이의 연기를 훌륭하다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감히 이따위 영화와 송승헌의 발연기를 색계에 비교하며 홍보한 데 넘어가, 그것도 돈주고 이따위 영화를 봤다는 데 좀 화가 나니까.
역린에서 건질 거라곤 의상 미술뿐이었는데 이 영화는 의상과 음악뿐이로구나. 김대우감독의 후속작은 앞으로도 볼 필요가 없겠다. 봉준호가 괜히 봉준호가 아니지. 상업영화를 하는 사람이라면 대중의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자신만의 통찰력과 그를 뒷받침하는 시나리오 정도는 쓸 수 있어야하는 거 아닌가. 이와는 별개로 역린이 너무별로라 이 영화는 쫄딱 망하진 않을 것 같다. 시기 잘 탔으니 손익분기 넘기면 배급사에 감사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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