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무척 괜찮았던 영화다. 물론 상업영화의 대중성 측면에서 그렇다. 어떤 일에서든 시기가 중요하지 않겠느냐만은, 유난히도 시즌성이 중요한 콘텐츠가 있다. 이를테면 잡지나 특정한 소재의 영화같은. 찌라시는 그렇게 시즌성을 띠는, 소재가 아직 '덜 벗겨졌을 때' 선수를 쳐야하는 영화다.
증권가 찌라시는 오늘도 수많은 루머와 혹은 진실을 담은 루머같은 이야기를 뿌린다. 이 유치하고도 단도직입적인 영화제목은 찌라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있을 법한 이야기를 허구적으로 그려냈다. 반전도 없고 새로울 것도 없는, 그저 누구나 상상할법한 내용이지만 영화 자체는 찌라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허구적 사실을 통해 제법 생생하게 그려낸다. 그게 이 영화의 첫번째 재미포인트다. 두번째는 한번쯤은 이렇지 않을까 하고 그려봤을 음모론(ㅋㅋ)과 찌라시를 긴장감넘치게 그려냈다는 점이다. 영화속 순수한 열혈남 김강우는 죽도록 고생한 보람이 있을만큼 그 과정은 흥미롭고 긴박했다. 세번째 재미포인트는 맛깔나는 정진영의 연기와, 정진영이 등장할 때의 깨알같은 유머와 따뜻한 감성이다. 정진영의 연기는 늘 유쾌하면서도 따뜻하며 인간적이다. 감독들이 그런 배역을 이 배우에게 맡기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본 영화속 정진영이라는 배우는 대부분 따뜻하고 인간적이며 유쾌해서 영화의 빡빡한 조임을 다소나마 느슨하게 해준다. 그건 이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쨌든 심야로 봤고 킬링타임용으로는 매우 괜찮은 영화다. 김강우는 연기력에 비해 마스크가 약간 b급이어서 그런지, 좀처럼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는데 이 영화로 내게 제법 괜찮은 배우라는 인상을 남겼다. 이전까지 나에게 김강우의 대표작은 힐링캠프였으니까 이만하면 장족의 발전이 아닌가. 그가 맡은 캐릭터도 어쩌면 진짜 김강우가 아닐까 싶을 만큼 잘 어울렸다. 본인이 잘 소화해낸 건지, 애초에 잘 어울리는 캐릭터를 맡은 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김강우는 이 영화로 필모에 괜찮은 영화를 하나 추가한 셈이다. 나의 개인적인 호평뿐만 아니라 찌라시는 수익 측면에서도 예상 외로 잘 된 영화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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