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여니 새하얀 눈밭이 펼쳐진다. 눈과 눈과 눈과 눈의 세상. 기상이변으로 얼어붙은 지구를 홀로 끝이 없이 달리는 열차 밖은 눈으로 가득하다. 즉, 열차 밖으로 빠져나갈 수가 없다는 뜻이다. 달리는 기차를 멈추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열차의 뒷칸에 탄 사람들은 어디에 뭐가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기차라는 제한된 공간과 기상이변이라는 인류의 전통적인 상상속에 그려낸 영화, 설국열차다.
원작이 있는 영화지만 나는 원작을 읽지 않은 상태로 영화를 봤다. 원작이 있는 영화는 대개 원작의 틀 안에서 보게 되니까 원작의 실제 구현 여부나 내가 상상하던 장면과 일치하지 않을 경우, 각색이 어설픈 경우에 대개 실망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설국열차는 봉준호 감독 이름값만 믿고 본 영화였고 제법 성공적이었다. 흡입력 있는 영화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있다. 원작에서 계급이 나뉘어 있는 열차라는 설정을 모티브로 따오고 시나리오와 등장인물들은 새롭게 만들었다고 한다.
설국열차는 주어진 계급과 투쟁을 통해 그것을 극복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열차밖의 세상을 모르는, 끊임없이 달리는 열차 안에서 생존해야하는 각 계급의 이야기. 폐쇄된 공산주의 사회가 처음으로 개방되었을 때의 혼란, 사회상같은 것들이 영화를 채운다. 인간은 1년에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설국열차에 탑승해 목숨을 부지하는데, 이 열차는 17년째 달리는 중이다. 그리고 계급에 따라 객실이 나눠져 있는데 앞쪽으로 갈수록 상류층이, 뒤쪽으로 갈수록 하층민들이 탑승해 있고, 하층민들은 앞 칸으로 나아간다. 계급이 무너지고 사회가 진보하는 것처럼.
봉준호감독의 사회를 보는 따뜻한 시선을 알 수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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