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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각보고서/movie

은밀하지도 위대하지도 않았지만 볼만했던, 『은밀하게 위대하게』

by FC 2013.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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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게 위대하게 (2013)

 
8.3
감독
장철수
출연
김수현, 박기웅, 이현우, 손현주, 박혜숙
정보
액션, 드라마, 코미디 | 한국 | 124 분 | 2013-06-05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시사회가 끝난 후, 이 영화에는 7광구급의 악평이 쏟아졌다. 김수현 원톱 영화이지만 그의 연기는 정작 별로였다는 평부터 웹툰과 똑같은데도 웹툰의 이야기를 치밀하게 살리지 못했다는 평까지, 배우의 연기와 감독의 연출까지 모든 부분에서 악평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연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예매율 1위, 첫날 관객을 50만명 가까이 동원하며 순탄한 스타트를 끊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는 시사회평만큼 나쁘지 않다.

 

원작이 있는 영화는 원작을 어떤 식으로 각색하며, 원작의 장점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으로 최소한의 고정관객을 확보한다. 그러나 그 기대감이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작품의 주제가 정해져있다하더라도 어떤 작품을 접했을 때,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부분과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작을 각색하는 영화는 원작의 가장 보편적인 감수성과 영화만이 할 수 있는 특성을 반영해야한다.

 

원작을 본 사람의 기준에서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그다지 잘 만든 영화는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원작을 접하지 않은 사람에게 이 영화는 제법 재미있다. 어설픈 게이코드와 유머는 시덥잖게 느껴지지만, 그런 코드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즐거운 양념이 될 것이다. 이 영화의 감동코드는 어머니와 남자들의 우정이다. 어머니의 동구를 향한 모성애는 원류환의 어머니를 향한 애모와 결부되어 원류환이라는 캐릭터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해주지만, 리해진과 리해랑의 우정(?)에 가까운 행동은 관객들을 설득하지 못한다. 단지 1회성의 시덥잖은 웃음거리로 소비될 뿐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깔끔한 액션씬과 캐릭터의 개성으로 제법 예측 가능한 이야기를 이끌어낸다. 배우들의 북한사투리 연기는 무척이나 어설펐음에도 연기력에 큰 잡음이 없는 것은 역시 원작 캐릭터의 힘과 배우들의 개성일 것이다. 다만 배우들의 개성이 영화속 캐릭터로서의 개성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그 배우들이 가지고 있는 외모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개성이 무척 아쉽다. 또한 이야기의 개연성이 촘촘하게 나타나지 않아 영화 자체의 감동코드가 망가진 점 또한 아쉽다. 동구의 바보연기에 할애한 시간을 덜어내어 리해진의 북한생활이 그에게 어떤 계기가 되었는지를 좀 더 극적으로 보여주었다면, 리해랑의 이야기가 좀 더 들어있었다면 이 영화는 훨씬 좋은 평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시사회의 악평에도 불구하고 예매추세나 영화 대진으로 미루어볼 때 무난하게 흥행하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김수현의 외모와 몸매만으로도 10~20대 학생들에게 먹히는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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