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놀란의 명품영화 다크나이트의 촘촘한 내적 고뇌와 세계관을 기대한 사람이라면 맨 오브 스틸은 평점 3도 주기 어려운 영화다. 슈퍼맨 캐릭터 자체가 원작에서도 내적 고뇌가 없는 캐릭터인데다 일방적인 휴머니즘으로 무장한 그야말로 '슈퍼맨'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인간을 사랑하는 위대한 초능력자 슈퍼맨. 이 영화는 외계인인 슈퍼맨의 탄생과정을 보여주면서도 슈퍼맨이 어째서 자기의 고향보다 지구를 지키는 데 더 열을 올리는 지에 대한 당위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클락의 성장과정에서 지구에 대한 애정이 생겨날법한 장면을 보여줬다거나, 가족이 클립톤에 의해 해체되는 과정을 슈퍼맨이 알게 한다거나 하는 식의 극적인 요소가 전혀 없었다는 이야기다. 지구에서의 슈퍼맨은 오히려 괴물 취급만 받고 소심하게 숨어지내기에 바쁘다. 그는 지구와 지구인들에 스스로를 희생하며 그들을 구해줄 애정을 언제, 어떤 계기로 갖게 되었을까? 이 영화의 패착은 여기에 있다. 이쯤 하면 맨 오브 스틸에 기대할 것이라곤 슈퍼맨끼리의 액션이지만 이 영화는 그마저도 지루하기 짝이 없다. 한대 치면 저멀리 날아가고 한대 맞으면 건물이 하나 부서지고, 그게 전부다. 우주에 날아갔다가 다시 내려올 때의 그래픽같은 것들도 이미 내셔널 지오그래피나 나사를 통해 수없이도 본 영상들과 닮아있다. 신선할 게 없다는 이야기다. 기자와의 로맨스 또한 개연성이 없다. 그토록 짧은 시간 안에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글쎄. 휴머니즘으로 로맨스를 말하기에 휴머니즘은 추상적이고 거대한 개념이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놀란의 향기만을 남겼을 뿐, 그의 이름을 건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오히려 그가 직접 연출을 했으면 어땠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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