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족, 편부모가정, 1인가족 등 2013을 설명하는 트렌드인 가족은 현대사회에 이르러 다양한 형태로 분화하고 있다. 현대사회는 가족의 해체에 관해 논의하고 있지만 사실 가족은 해체된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것이다. 해체된 것은 전통의 대가족일 뿐이다. 이또한 해체보다는 분화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적합하다. 시대가 달라졌다고 해서 가족집단 자체가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변화'하는 가족 또한 기존 가족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다만 가족 구성원의 수나 구성원의 색깔 같은 겉으로 보이는 형태만 달라질 뿐이다. 고령화 가족은 그런 전통적인 특성을 안고 있으면서도 다른 가족에 관한 이야기다.
가족은 대개 가장 기초적인 사회집단이자 혈연으로 묶인 관계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은 가족과 혈연의 끈끈함을 묘사하는 말이 아니던가. 영화에서 오한모(윤제문 분)와 오인모(박해일 분), 오미연(공효진 분)의 삼형제는 뻑하면 치고받고 싸운다. 죽일듯이 싸우다가도 가족 중 한명이라도 외부와 대치하게 되면 힘을 합친다. 한국 막장드라마 속의 가족사코드를 그대로 차용했지만 이들의 가족애는 막장드라마의 가족사와는 사뭇 다르다. 가족사로인해 갈라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서로의 다른점을 품어안으며, 누구보다 끈끈하다.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살아온 세월은 혈연을 넘어선 연대감으로 이루어진 공동체를 만들었다.
경제력에 따라 가족 내 지위가 재편되는 시대다. 고령화가족의 여성과 남성은 대립적인 위치에 있지도, 서로 지배적인 위치에 있지도 않다. 경제력을 짊어지고 있는 어머니(윤여정 분)와 오미연(공효진 분)은 장성한 두 남자가 집에서 놀고 먹는 것에 대해 나무라지 않는다. 남자들 또한 경제력을 빌미로 초라하거나 구차해지지 않는다. 고령화가족의 가족구성원은 수평적으로 서로의 결점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뿐이다. 가족사에 얽힌 상처, 개개인이 안고 있는 상처는 때로는 사이가 벌어져 더 큰 고통을 주지만 그또한 서로를 보듬어가는 과정이다. 영화는 상처를 치유하는데 필요한 것은 이해나 공감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인정'이라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개성강한 캐릭터로 이루어진 가족이 같이 살다가 헤어져서 새출발하는 결말은 이 영화의 백미다. 가족이란 테두리는 반드시 모여살아야만 가능한 게 아니라는 사실, 떨어져 각자의 삶을 살아도 가족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는 사실. 가족은 해체되지 않는다, 단지 변화할 뿐이다. 고령화가족은 재치있는 대사와 유머러스한 장면에서 오는 소소한 재미와 영화 전체를 흐르는 가족에 대한 시각이 일품이었던 영화였다. 좋은 배우가 고르는 작품은 달라도 다른 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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