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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는 원더풀라디오 예고편 비디오다.
멜로영화다. 솔직히 재미없다. 혹자들은 최고의 사랑과 라디오스타를 짬뽕해놓은 것 같다고 말한다. 둘다 보지 않아서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어떤 느낌을 말하고자 하는지는 알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짬뽕같다는 말에는 그다지 개의치 않는다. 권칠인감독의 색깔이 우연히 맞아 떨어진 것이지, 딱히 의도적으로 그런 내용을 넣었다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굳이 비슷하다고 꼽으려면 최고의 사랑보다는 오히려 과속스캔들과 라디오스타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pd 이정진과 한물 간 아이돌 가수의 이야기. 한물 간 아이돌 가수가 라디오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은 사실 식상한 소재다. pd가 이민정에게 빠져드는 것도 좀 뜬금없었다. 적어도 계기가 있어야했다고 본다. 하다못해 첫사랑과 닮았다거나, pd가 변하는 이유만이라도 납득이 가게 묘사를 했어야했다. 아무런 개연성도 없이 갑자기 변하기에 이정진의 캐릭터는 너무나도 평면적인 캐릭터였다. 이민정이 어떤 간절함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노래를 다시 해야만 하는 이유를 가지고 있었더라면 이 영화는 의도하고자 했던 감동을 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민정은 간절하지 않았고, 이것이 이 영화의 패인이다.
이민정은 적어도 내 취향을 고려했을 때 괜찮은 배우다. 딱히 팬도 아닌데 시라노 연애조작단, 그대 웃어요, 꽃보다 남자, 마이더스, 원더풀 라디오까지 5개면 한 배우의 작품을 꽤 여러개 본 셈이다. 인터뷰나 tv에서의 이민정은 굉장히 여유롭고 쿨해보이는데, 그건 작품을 고를 때도 반영되는 모양이다. 조급하게 한방에 확 뜰 작품을 선택하는 것 같지는 않다. 자기만의 기준이 나름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굳이 노출같은 거 많이 하지 않아도 극에 잘 녹아나는 캐릭터. 그리고 요즘 한물 갔다는 평가를 받는 멜로장르에 잘 어울리는 이미지를 만들어줄 수 있는 캐릭터를 고르는 것 같다. 과한 거 없고 적당히 따뜻하고, 그러면서도 여배우가 쩌리취급 당하지 않는 걸로 잘 고른다. 단역에 가까웠던 꽃보다 남자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존재감은 있는 캐릭터였다. 그래서인지 캐릭터 자체로 한방에 대박나는 건 딱히 없는데 중박은 꽤 여러번 친다. 영화든 드라마든 남자배우 위주로 돌아가는 최근의 경향을 돌이켜볼 때 이민정은 자신의 영역을 확실하게 구축해나가는 것으로 보인다.
싱글즈, 뜨거운 것이 좋아, 원더풀 라디오는 비슷한 라인이다. 여자가 주인공이고 제법 쿨한척 하지만 따뜻하고 싶은 영화다. 다만 비교적 성공적이었던 싱글즈에 비해 뜨거운 것이 좋아나 원더풀라디오는 플롯의 짜임새가 떨어진다는 점이 문제가 되겠다. 플롯이 엉성하다는 것은 개연성이 떨어지는 것이며 그건 곧 관객을 설득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권칠인감독은 퇴보하고 있다. 적어도 싱글즈는 사랑에 빠지는 과정, 감동을 이끌어내는 과정에 무리수가 있거나 억지로 짜낸 감동은 아니지 않은가. 어찌됐든 싱글즈라는 괜찮은 영화를 찍어냈던 감독인 만큼, 그리고 싱글즈 하나로 10년째 영화를 찍고 있는 감독이니만큼, 기대치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영화를 들고 왔으면 좋겠다. 왕의 남자를 찍은 이준익 감독도 십년을 가지 못했다. 다음 영화에서는 싱글즈에서 본 특유의 색감,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 같은 권칠인감독의 재기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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