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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각보고서/movie

10년을 품은 엽기적인 그녀 귀환, 『도둑들』

by FC 2012. 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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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들 (2012)

The Thieves 
7.9
감독
최동훈
출연
김윤석, 이정재, 김혜수, 전지현, 임달화
정보
액션, 드라마 | 한국 | 135 분 | 2012-07-25

도둑들의 언론시사회 평은 영화 자체보다 전지현의 예니콜에 집중되어있었다. 전지현은 도둑들에서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았다거나 최동훈이 30대의 전지현에게 대표작을 선물했다거나. 20살의 나이에 엽기적인 그녀라는 영화를 통해 광고계를 주름잡았던 전지현. 배우라는 이름을 붙이기엔 10년 전의 그 영화만이 유일한 대표작인 전지현. 대표작을 가지고 배우로서 자리매김하기에 필요한 작품은 사실 하나면 충분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연기 햇병아리에 불과했던 20대 초반의  전지현에게 '엽기적인 그녀'라는 불세출의 대표작은 실로 그녀를 옥죄는 족쇄였다.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캐릭터는 살아숨쉰다. 최동훈의 영화는 각각의 캐릭터에 이야기를 부여함으로써 캐릭터만의 개성과 개연성을 획득한다. 그리고 그 캐릭터는 최동훈 영화의 다소 밋밋할 수 있는 플롯을 탄탄하게 뒷받침한다. 만화같지만 유치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심오한 철학같은 것이 아니다. 그 캐릭터만이 가지고 있는 그들의 인생, 그들의 이야기가 영화에 진실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영화의 플롯은 매우 단순하다. '태양의 눈물'이라는 미화 2천만불짜리 다이아몬드를 훔치기 위해 각자의 이해관계를 숨기고 함께 도둑질을 하는 도둑들의 이야기다. 최동훈은 마카오박, 뽀빠이, 팹시, 씹던껌, 예니콜, 잠파노 같은 도둑들에게 나름의 이야기를 부여한다. 그러나 그 이야기는 심오하지도 진지하지도 않은, 우리네 삶과 꼭 닮아있는 이야기다. 도둑들 사이에 오가는 애정과 배신, 의리 같은 것들. 어쩌면 실생활에서 그보다 더 독하게 겪었을지도 모를 우리네들의 인생을 무겁지 않게 펼쳐놓았다. 그렇기 때문에 태양의 눈물이 누구의 손에 들어가는지, 그것을 어떻게 훔치는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그건 그저 스치듯 지나가는 영화속 한 장면들일 뿐,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힘은 각 캐릭터들이 하나의 목표로 뭉치기까지의 과거와 현재에 있다.

 

줄타는 예니콜과 줄잡는 잠파노는 과거의 줄타는 팹시, 마카오박과 줄잡는 뽀빠이와 닮아있다. 묵은 세월이 제법 무겁게 다가오는 과거의 도둑들보다 묵을 세월이 긴 현재의 도둑들은 발랄하고 유쾌하다. 젊음이 가지고 있는 유쾌함이 감초처럼 작동할 때, 어두운 과거는 유쾌한 현재가 된다.

 

이 영화를 놓고 많은 이들이 80년대 홍콩영화의 향수를 느낀다고 하지만, 나는 홍콩영화보다는 할리우드 영화의 향기를 느꼈다. 반전이나 액션씬 같은 것들은 80년대 홍콩 느와르와 상당 부분 닮아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랑하는 이와의 새로운 시작을 암시하는 할리우드식의 열린 결말(암시까지만 한다. 결코 다 보여주지는 않는다.)이나 금고를 터는 도둑들은 할리우드의 방식과 꼭 닮아있다. 홍콩 느와르 콘셉트에 할리우드식 전개방식에 한국 정서에 부합하는 인간 군상의 이야기를 캐릭터에 접목한 영화라 할 수 있겠다. 이 세가지의 균형은 물흐르듯 흘러가는 영화의 구심점이다. 어느 한 쪽이 과해도 무거워지거나 지루해지거나 촌스럽거나 했을텐데 역시 최동훈답다고 할까. 여름을 보낼 오락영화로는 안성맞춤인 영화다.

 

물론 개인적으로 최동훈 최고의 영화라 꼽는 범죄의 재구성 정도의 짜임새를 갖춘 영화가 아니라 아쉽지만, 상업적으로 먹힐 만한 포인트와 적당히 타협한 느낌이다. 실제로 그게 먹혀들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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