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영상은 youtube에 올라온 아두를 구출하는 조운이라는 비디오다.
신삼국지는 황후화나 적벽대전, 영웅같은 중국영화급으로 스케일이 큰 드라마다. 25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한 대작이라고 할 수 있는데, 서울 드라마어워즈에서 대상을 탄 작품으로 2012년 3월 현재 kbs2에서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밤 12시 35분에 더빙판으로 방영하고 있다. 제작비가 거액 투입된 만큼 전쟁씬은 매우 화려하고 스케일이 크다. 과거 후한시대의 백만대군을 tv화면에 그대로 재현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동원된 엑스트라의 수나 그래픽에서 완성도를 보인다. 화공을 펼치는 장면이나 성벽을 타고 오르는 장면, 수만의 기마대가 서로 맞붙는 장면은 삼국지의 백미다.
95편, 말이 쉬워 95편이지 신삼국지는 우리나라 드라마로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호흡이 긴 사극이다. 손권은 무려 9살 아역부터 시작해서 동오의 살아있는 역사가 된다. 삼국지 하면 떠오르는 유비, 관우, 장비와 조조같은 캐릭터만 해도 초반에는 새파랗게 젊은데 70편쯤 오니까 머리가 하얗게 센다.
굉장히 긴 드라마인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은 것은 '삼국지'라는 콘텐츠 자체가 가지고 있는 힘이다. 드라마는 보통 캐릭터와 플롯의 흡입력으로 흘러간다. 백날 톱스타 나오고 스케일 커봐야 플롯의 흡입력이 떨어지면 드라마는 망할 수밖에 없다. 아니 어떤 것이라도 그렇다. 주어진 시간만큼 몰입시킬 수 있을 만큼의 탄탄한 흡입력을 가지고 있어야한다. 그 흡입력은 곧 스토리의 짜임새와 매끈한 연결고리에서 나오는 것이다. 배우 이름값으로 흥행하던 시대는 지나간 지 오래다. 이런 면에서 후한 말기의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신삼국지는 매력적인 드라마다. 삼국지는 수백의 등장인물이 있지만 각각의 캐릭터가 대표성을 띠고 있다. 인의를 대표하는 유비, 충의를 대표하는 관우, 지혜와 충의를 대표하는 제갈량, 냉철하고 차가운 간웅 조조까지 삼국지의 캐릭터는 다양하지만 각각의 특성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강자와 약자, 라이벌구도, 충의, 인의, 그리고 성장과정과 패망 같은 드라마틱한 요소는 수천년에 걸친 세월에도 삼국지가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다.
기존의 삼국지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의 흡입력과 캐릭터에 신삼국지는 '치우치지 않은 시각'과 '긴장감'을 바탕으로 일부 캐릭터를 부각시키고 이야기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에서 노숙과 조비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삼국지연의 자체가 촉을 중심으로 쓰여졌기 때문이다. 신삼국지에서는 노숙과 조비의 비중이 커지는데, 인물 자체에 대한 포커스를 맞춰서 긴장감을 조성한다. 삼국지연의 속 노숙은 주유와 제갈량에게 가려져 그다지 주목받지 못한 문관의 느낌이었다면, 신삼국지의 노숙은 거국적인 시각을 갖추고 의리와 소신을 갖춘 왕좌지재의 인물로 그려진다. 노숙의 미래를 보는 시각과 충의, 의리는 연의에서의 제갈량에 못지 않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또 하나의 주목할 인물은 조비인데, 신삼국지는 조조가 세자를 임명하는 과정과 그에 따른 에피소드를 상세하게 보여준다. 조비가 독사를 이용해 조조의 사랑을 받던 조충을 죽이는 것, 조식에게 반란의 음모를 덮어씌우는 것, 그리고 조조가 그런 조비를 의심하고 추궁하는 장면은 95편 통틀어 가장 긴장감이 흐르는 명장면이었다. 이외에 신삼국지는 조조와 손권같은 촉에 반하는 캐릭터들을 유비의 입장에서 그려내지 않고 제법 공정한 시각을 보여준다. 신삼국지에는 선과 악의 구분이 없다. 그 어느 누구도 옳다고 할 수 없다. 다만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그려내고 캐릭터에 충실한다. 판단은 시청자의 몫인 것이다. 아니 어쩌면 판단을 내릴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신삼국지는 이미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잔인한 현실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사실 내 기억속에 미화되어있는 역사 속 인물들의 잘생김과는 조금 거리가 멀어서 초반에는 몰입이 잘 되지 않았다. 미남, 미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원작이 있다면 어느 정도 이미지는 비슷해야한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미염공이라는 관우나 미남으로 그려지는 조자룡은 글쎄. 게임과 만화를 통해 나에게 이미 형성되어있던 이미지와는 조금 갭이 있었다. 또한 스케일이 큰 데도 제작비의 문제때문인지 동적인 장면보다는 정적인 장면이 많았고, 대사가 많은데도 지루하지 않았다. 이같은 사소한 단점에도 이 드라마가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꽃미남으로 채우기보다는 캐릭터의 특성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배우를 선택했고, 긴 대사나 정적인 장면에서 생겨날 수 있는 지루함을 콘텐츠 자체가 가지고 있는 매력과 각색을 통해 극복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사극 경향은 정통사극보다는 퓨전사극을 선호한다. 따라서 좀 더 고대로 가고 만화적인 느낌을 살리려는 경우가 많다. 정통사극은 정통사극만의 매력이 있다. 신삼국지 정도의 각색이라면 역사를 창조한다는 퓨전사극에 대한 비판을 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어느 새 역사의 뒤안길로 점차 존재를 감추어가는 정통사극을 다시 볼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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