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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각보고서/movie

스릴러를 살짝 2번 꼬면 이 영화가 된다, 『파괴된 사나이』

by FC 2010.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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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된 사나이
감독 우민호 (2010 / 한국)
출연 김명민, 엄기준, 박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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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괴범을 소재로 한 스릴러는 너무나도 뻔한 패턴을 가지고 있다. 유괴범의 아이를 인질로 한 돈 요구와 그에 따른 부모의 심리적 변화추이를 그려내는 것이다. 그 놈 목소리가 그랬고 세븐데이즈가 그랬다. 하지만 구구절절한 부모의 심정과 배우의 열연만으로 스릴러, 그것도 진부하기 짝이 없는 유괴범을 소재로 한 스릴러를 그려내는 것은 이제는 식상한 이야기다.

파괴된 사나이도 김명민, 엄기준 두 배우의 열연에만 의존할 생각이었다면 아마 비슷한 패턴으로 전개되어 흐지부지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달랐다. 일반적인 스릴러의 패턴을 두 번 꼬았다. 하나는 형사 혹은 선善의 편에 선 자가 악의 편에 선 자를 '정보도 없이 무작정' 쫓는 장면, 잡힐 듯 멀어지는 장면이 끝까지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추격자 이후로 한국 스릴러의 기본 공식과도 같은 이 장면들은 영화 중반에 끝이 나버린다. 대신 감독은 선한 자가 이미 알고서 악한 자를 미행하는 방식으로 살짝 비튼다. 그리고 관객은 전지적인 시점에서 선한 자의 입장에 좀 더 몰입할 수 있게 된다. 나머지 하나는 극적인 감동을 위해 열린 결말이나 부정적인 결말을 택하는 대신, 긍정적인 결말로 끝냈다는 점이다. 스릴러 영화가 주는 찝찝한 뒷맛을 긍정적인 결말 하나로 다소 신선하면서도 깔끔하게 끝을 냈다는 점은 '내 입장에서' 칭찬할 만하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아쉬웠던 건 캐릭터가 다소 불분명했다는 점, 엄기준의 캐릭터가 소리에 집착하는 것이 단지 '미친 놈이다.' 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소품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 김명민의 딸을 향한 사랑이 아내를 포기할 만큼 절대적이었던 것인가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점 때문이었다. 1시간 50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을 조금 늘리더라도 저런 부분에 대한 설명을 짧게라도 넣어줬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 외에 대사보다는 장면 위주로 돌아가는 영화여서 화면을 보는 맛이 있었다는 점은 아주 마음에 들었다. 유괴범이 모습을 쉽게 드러내고 마주하는 것도 제법 신선했다. 정통 스릴러를 아주 약간씩 비틀어놓은 센스가 돋보였달까... 어쨌든 요새 한국 스릴러의 화두는 두 남자의 대립인 모양이다. 이정도면 손익분기점은 아주 쉽게 넘길 수 있으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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