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의 대여점, 누가 이길까? - 제 1 편 -

집 근처에 있는 책/만화/비디오/DVD 모두 한 곳에서 빌려주는 형식의 대여점은   얼마전까지만해도 1개에 불과했다. 물론 만화 전문 대여점 같은 점포는두세군데 더 있었지만. 어찌됐든 이러한 독점구도(?)가 깨지기 시작한 것이다. 같은 용도의, 새로운 대여점이 바로 맞은편에 오픈했으니까.

* 편의상 종전부터 있던 대여점을 A라고 하고, 새로 생긴 곳을 B라고 해보자.

I. A의 경우.

1. A의 현재 상태.

ㄱ. 점포 외양.
: A의 점포 크기는 상당히 작은 편이다. A도 한 번 점포를 이전했는데, 이전의 건물은 상당히 낡았지만 넓은 편이었다. 상가 건물에대한 평수 개념이 없어서 확신하지는 못하겠는데, 현재 A가 떠난 그 장소에서는 아구찜/탕을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이 개업해있다. 일반적인 갈비집 사이즈보다 조금 작은 정도라고 보면 되겠다. A가 옮긴 건물은 새로 지은 상가 건물이긴 하지만, 사이즈는 이전의 1/3 정도이다. 소형 만화책 대여점을 생각하면 되겠다. 예전에 있던 그 많은 만화책과 비디오, DVD 등이 이 1/3 크기의 공간에 다 들어갔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이다. 뭐, 중간에 오래된것들은 버렸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것까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새건물이라 겉이나 안이나 상당히 깨끗한 외관을 자랑한다. 역시 흠이라면 구석구석 만화책을 골라 보기에는 상당히 좁다는 것.

ㄴ. 등록 회원 수 및 인지도.
: 거의 5년 넘게 독점 상태였기 때문에(만화책부문은제외. 만화만취급하는대여점은몇개있는걸로안다.) 상당한 숫자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집만해도 3명 정도 가입되어 있다. 그리고 B가 생긴지 몇 일 안되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A의인지도가 훨씬 높다. 새로운 경쟁상대가 나타난것으로 미루어볼 때, 수익성은 괜찮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ㄷ. 주인 및 알바생.
: 주인 아저씨 역시 꽤 오랜 시간 대여점을 운영했기 때문에 인근 주민들에게 얼굴 도장은 확실히 찍은 상태다. 알바생들 역시 인근 주민들 중에 모집하는 편이고, 실제로 고등학생 ~ 대학생이 하기 때문에 그들의 친구들을 끌어모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2. A의 강점.

ㄱ. 오랜기간 독점으로 인한 인지도의 확보.
ㄴ. 다수의 회원수를 소유.
ㄷ. 길가에 위치하므로 접근하기 용이.

3. A의 약점.

ㄱ. 오랜기간 독점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장기회원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음.
ㄴ. 오랜시간 한 곳에서 점포를 운영했지만, 주인아저씨와 끈끈하다 싶을 정도의 단골이 없음.
ㄷ. 작은 점포 크기로 인한 불편함과, 소형화된 덕분에인근의 만화책 전문 대여점과 겉으로 보기에 큰 차이가 없음.
ㄹ. 주인아저씨 인상이 안 좋고, 아저씨 스스로 손님에게 그다지 친절한 편은 아님. 그렇다고 심하게 불친절한 것도 아니지만. 미묘하게 친절과 불친절의 극단에서 불친절 쪽에 치우쳐 있음.


II. B의 경우.

1. B의 현재 상태.

ㄱ. 점포 외양.
: 크기는 꽤 큰편이다. A의 이전하기 전 건물의 크기와 비슷하다. A의 이전 전 건물은 상당히 낡은 편이었지만, B는 그렇지 않다. 겉부분 리모델링을 한 상태이므로, A가 새로 이전한 건물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간판 역시 상당히 현대적인 감각이 엿보이는, 세련된 스타일이다.

ㄴ. 등록회원 수 및 인지도.
: 생긴지 1주일이 채 안되었으므로 거의 없다시피하다. 대신 적극적인 가격다운정책과 대여 선착순 500명에게 선물을 증정하는 행사를 시행하는 것으로 시선을 확 잡아끌고 있다.

ㄷ. 주인 및 알바생.
: 오늘 처음 가봤기때문에 누가 주인이고 누가 알바생인지는 잘 모른다. 딱히 친절과 불친절을 느끼지 못했다. 그저 그런 정도라고 생각된다.

2. B의 강점.

ㄱ. 점포 사이즈가 큰 편이라 상당히 쾌적한 느낌이며 답답하지 않다.
ㄴ. 파격적인 가격할인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ㄷ. 선물을 제공하는 등 신규회원 유치에 적극적이다.
ㄹ. 외양이 매우 현대적이고 세련된 느낌이다. (간판의 영향大)
ㅁ. 길가에 위치하므로 접근성이 높다.

3. B의 약점.

ㄱ. 신규진입으로 인한 인지도 부족.
ㄴ. 귀차니즘 등의 이유로 기존의 대여점에 가는 사람들을 잡으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
ㄷ. 길가에 위치하지만 사람들은 A 쪽의 인도로 많이 다니는 경향이 있을 뿐더러, A가 위치한 건물의 호프집에 꽤 여러사람들이 몰리고 있음.

III. A와 B의 장ㆍ단점 비교.

1. 가격정책 : B 우세.

- 일단 B는 신장개업과 동시에 만화책 100원, 소설책 500원, DVD/비디오 1천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시세는 무려 10~12년전 대여점의 시세와 같다. 이에 뒤질세라 A도 같은 가격할인정책을 실시하며 반격에 나섰지만, 먼저 가격할인정책을 실시한 B를 마지못해 따라간다는 느낌이 강하다.

2. 회원 관련 : 백중세

- A는 일단 기존 회원들을 많이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A는 그 기존회원들을 완전히 사로잡기 어렵다고 생각된다. 우선 A는 독점기간동안 자연스레 생겨난 장기고객에게 어떠한 우대정책도 시행하지 않았기때문에, 현재 A에 등록된 회원들은 A가 좋아서 간다기보다는 독점으로 인해 자연스레 가다보니 지금도 간다는 느낌이 강하다. 즉, A의 회원들은 A로만 가야한다는 유인이 절대적이지 않다. 또한 A의 주인아저씨는 단골 고객 확보에도 적극적이지 않았고, A의 장점은 A가아니라 다른 어느대여점이 들어서더라도 획득할 수 있는 것들에 불과하다. 반면 B는 기존회원의 수가 전무하다. 그러나 B는 신규회원유치에 매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이전 A의 독점상황이 A만 있었기 때문에 형성되었던 것이므로, 시장을 뚫고 들어가는 게 여타의 독점 시장에 비해상당히 유리할 것이다.

3. 사람들의 유인 : B의 근소한 우세.

- A로 갈만한 유인은 '기존회원' 이라는 것과, 주변에 사람들이 많이 가는 호프집이 두어개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술마시러갈 때 만화책을 빌려가는 사람은 매우 드문편이며, 기존 회원들 역시 완전한 단골로 확보하지 못했기때문에 이러한 사실은 절대적인 유인이 되지 못한다. 또한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가에 위치한다는 것도, B가 길 하나만 건너면 되기 때문에(무려 신호등도 없는 왕복 2차선의 골목길 정도이다.) 그리 메리트가 되지 못한다. 반면 B로 갈만한 유인은 일단 가면 비록 1장이지만 공CD 를 선물로 준다는 것과 간판을 상당히 세련되게 만들어서 한 번 쯤 들러보고 싶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만화책 100원, 소설책 500원의 파격적인 가격정책을 A보다 먼저 홍보했기 때문에사람들에게 A 보다 싼 곳이라는사실을 강하게 인식시켰다.

IV. 나의 결론.

- 사실 이 글은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쓰는 것이기 때문에 나의 편견이 많이 들어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A와 B의경쟁에서 B가 우위에 있음을 거의 확신하고 있다. B는 신규대여점임에도 불구하고 A를 누를 수 있는 요소를 여럿 갖추고 있다. A가 B를 몰아내기 위해서는 기존회원을 붙잡을 수 있는 정책을 시행해야하는데, A는 B를 따라가는데만 급급할 뿐 어떠한 변화도 보이고 있지 않다. 뿐만 아니라 요즘 이미지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는데, A의 외양은 B에 훨씬 못 미친다. 즉, 처음 본 사람들이 '한 번 들어가볼까?' 하는 유인이 전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화책 대여점에 품질이 다를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 A는 더욱 불리하게 된다.

어쨌든 현실은 예측과는 다르니 A와 B가 수익을 반땅해서 공존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A와 B가 공존하는 상태이건, A만 살아남는 상황이건, B만 살아남는 상황이건 A는 거의 손해이다. 왜냐하면 A와 B가 공존한다는 것은 A가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고객을 B에게 어느 정도 빼앗긴다는 것을 의미하며, B만 살아남는 상황은 A의 100% 패배를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A가 B를 몰아내거나, B가 개업하기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A는 손해를 보는 것이다.특히 현재의 가격 경쟁은 둘 다 저렴한 가격에 대여를 하고 있지만, B가 먼저 시작했기 때문에 B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고, A는 이전의 만화책 300원, 소설책 700원 등에 대여할 때보다 수익(가격X대여수)이 줄어들것 - 가격도 낮추고, 고객 수도 B와 나눠먹기 해야하므로 -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