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이런 포스팅을 한 적이 있다.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지만, 지금 그 결과에 대해 논해보려한다.
나는 당시에 새로 들어온 B점포가 A점포를 누를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약 6개월여가 지난 지금, 현재의 상황을 돌아보면 역시 그 때 나의 예상이 옳았다는 것이 명백하다.
I. 현재의 상황.
A점포는 현재 잠정적으로 영업을 하지 않는 상태이다. 점포 안은 아무런 불도 켜져있지 않으며, 항상 붙어있던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하는 글조차 쓰여져있지 않다. 근 2주째 이러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아마 곧 다른 점포가 입주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반면 B점포는 우리 동네의 시장규모 특성상(주거지역이므로 역 근처를 제외하고는 유동인구가 적다.) 사람이 없을 수 있는데도, 꾸준하게 한두사람씩 방문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와 같은 두 점포의 결과적 대비는 어떻게 해서 있을 수 있었던 것일까?
II. 두 점포의 비교.
어디서나 '먼저' 시작하는 것은 중요하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우선적으로 주도적인 위치에 올라있다는 점을 부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A점포는 자신들의 이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에 도달하게 되었으며 결국은 퇴출될 위기에 처하게 된 실패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우선 이전의 포스팅에서처럼 두 점포의 장점을 다시 간단하게 기술해보자.
A점포의 경우, 오랜 기간 독점(물론 자연발생한 독점이다.)으로 인한 높은 인지도와 역시 오랜 기간 독점에 의한 다수의 회원수 확보라는 우위를 가지고 있었다. 또한 길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접근성에 있어서도 매우 용이한 수준이었다.
B점포의 강점은 물질적인 측면이 강하다. A점포의 두세배는 될법한 면적과 깔끔한 실내 디자인은 B점포에 한번쯤 들러보고 싶게 할 정도로 쾌적한 느낌을 준다. 또한 독점점포의 여유인지는 몰라도 기존의 회원을 잡기 위한 아무런 시도조차 하지 않은 A점포에 비해 B점포는 파격적인 가격할인 정책과 함께 신규회원 유치를 위한 선물공세로 어느 정도의 가입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이전에도 말했듯이 접근성은 역시 길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A점포의 건너편에 있다는 점 빼고는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이상이 A, B 두 점포의 장점이다.
III. 두 점포의 전략.
1. A점포.
A점포는 시장진입장벽이 없었다는 점과 독점이라는 우위를 전혀 살리지 못했다. 세련된 느낌과 파격적인 정책들로 신규회원을 유치하려 애쓴 B점포에 비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뒤꽁무니만 쫓아가는 식의 행동이 A점포가 취한 대응방식이었다.
이를테면 B점포가 만화책을 100원에 대여하는 가격할인 정책을 사용하면 A점포는 뒤늦게서야 B점포와 똑같이 만화책 100원에 대여하는 방식을 사용했을 뿐이다. 만화책이나 DVD는 소모품이 아니다. 지저분해도 볼 수 있고, 어느 점포에서 빌리건 크게 상관없는 상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지 상대를 따라가기만 하는 것으로는 경쟁상대를 이길 수 없다.
2. B점포.
B점포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있었지만, 몇 가지 차별화된 정책으로 A점포를 누르는데 성공했다. 대표적으로 3가지가 있는데 우선 순서대로 그 정책들에 대해 살펴보자.
ㄱ. 가격할인정책.
가격을 할인하는 것은 당장의 이익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주더라도 장기적인 측면에서 신규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간편하고도 편리한 방법이다. 단, 이 방법은 상대가 같이 가격을 내리면 회원 유치를 위해 더 가격을 내려야할지, 다른 방법을 사용해야할지 고민해야한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B점포의 경우 '먼저' 가격을 할인했다는 점에서 고객들에게 A점포보다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더 큰 효과를 보았다고 할 수 있다.
ㄴ. 미국 드라마 CD 대여.
인터넷의 발달 덕분인지 요즘 미국드라마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매 회 영화같은 장면, 쉽게 볼 수 없는 소재, 극적인 플롯 등 여러가지 요소에 의해 국내에도 팬층을 넓히고 있는 상태이다. 다만 드라마의 특성상 대부분 장편이고, 무료 고속 공유를 해주는 사이트가 거의 없기 때문에 고용량을 다운받아서 보기에는 시간이 오래걸리는 단점이 있다.
B점포는 이러한 미국 드라마의 장단점을 적절하게 이용했다. 미국 드라마를 CD나 DVD에 담아 일정 금액을 받고 대여하는 것이다. (저작권료를 지불했는지는 파악 못 했음.) 당연히 B점포 입장에서는 일반 DVD보다 낮은 가격에만 대여하면 되는거고 소모품도 아니니, 대여 몇 번 해주면 원가는 건지는 것이므로 오히려 남는 장사가 된다. 물론 고객의 입장에서도 굳이 오랫동안 다운받는 수고를 들이지 않고 떡볶이 한 접시 덜 먹으면 미국 드라마를 볼 수 있게 된다.
참고로 위에서 DVD보다 낮은 가격에 대여해야하는 이유는 일개 드라마 CD가 실제로 출시된 DVD보다 비쌀 경우, DVD 대여가격에 익숙해져있는 사람들은 드라마 CD를 비싸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왜냐하면 일반인 입장에서는 영화나 드라마나 같은 영상물이기 때문에 비슷한 종류로 묶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ㄷ. 요일 할인 정책.
사실 B점포의 전략 중에 가장 획기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하고, 이 포스팅을 작성하게 된 계기가 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B점포는 요일별로도 가격할인을 시도했다. 이를테면 목요일에는 만화책 1권 빌릴 경우 1권 추가로 대여해주기라던가 화요일에는 DVD 1개 빌리는 사람에게 만화책을 덤으로 빌려준다던가 하는 식이다. 이 방식은 정말 획기적이다. 특히 비싼 물건 살때는 1,200원에 집착하지 않지만, 흔히 싸게 살 수 있는 물건에는 1,200원에 집착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더욱 그렇다. 1+1.. 얼마나 매력적인가? 이건 사람의 심리를 이용한다는 측면에서 온라인으로 물건을 살 때 무료 배송료 금액에 가까워지면 물건을 하나 더 사는 것과 비슷하다.
IV. 결론.
결과적으로 A점포는 시장에서 퇴출직전상태에 놓여있게 되었다. A점포는 새로이 진입한 경쟁업체를 앞서나가기 위한 노력은 아무것도 없었다. 적어도 B점포보다 가격을 더 낮추거나 다른 혜택을 제공했어야했다. 하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건 패배자가 될 수밖에 없는 치명적인 결점이었다.
어쨌든 나는 이 두 점포에게서 두 가지를 배울 수 있었다.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의 성공 사례와 뒤따라가기만 하는 자는 도태된다는 점. 아무리 유리한 위치에 있더라도 A점포처럼 성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그 지위는 뺏기게 마련이다.
고객입장에서 있는 나로서는 두 점포가 선의의 경쟁을 계속했다면 훨씬 좋았을텐데, B점포의 독점상태로 바뀌게 되어 참 아쉽다. 한편으로는 내 예측이 맞아들어간 기쁨도 있지만 씁쓸한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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