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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각보고서/movie

없는 것들이 더한 그들만의 리그, 『기생충』

by FC 2020.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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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있음.

 

봉준호는 이야기꾼이다. 사회학적 주제를 아주 쉽게 전달하는 이야기꾼. 우리는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지만 또한 자본주의가 만든 무형의 계급사회에 살고 있다. 인간은 평등하다고 외쳐도 기회의 평등은 결과의 평등을 가져오지 않는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무형의 신분 상승을 꿈꾸며 오늘을 살아간다. 기생충은 그런 보이지 않지만 피부로 느끼는 계급사회에 관한 이야기다. 

 

기생충에 나오는 계급은 3개다. 비가 새지 않고 햇볕이 잘 드는 큰 집에서 사는 부자, 햇볕은 집밖에 나가야 볼 수 있고 비가 오면 물에 목까지 잠겨버리는 반지하에서 사는 자본주의 하위계층의 가족, 그리고 햇볕은 커녕 누군가의 베풂이나 도움이 없다면 음식조차 먹지 못하고 굶어야하는 완전한 지하벙커에 사는 사채업자에게 쫓기는 중인 남자. 민주주의적 관점에서는 다 똑같은 평등한 인간이지만, 실제로는 오로지 가진 돈에 의해 나눠진 계급이다. 사회적, 정치적 지위같은 것에 대한 언급은 어디에도 없다. 오로지 자본에 의해서만 나눠진 물질 계급이지만 그것이 전부인 수직적 계급사회다.

 

주인공 송강호의 가족은 중간(?) 계급에 속하는, 반지하에 사는 가족이다. 처음 이들은 피자가게 직원에게도 무시당할 만큼, 피자 박스 조립으로 근근하게 먹고 사는 도태된 빈곤계층을 대변한다. (구직을 위한 노력같은 것도 아예 안한다. 잘살다가 망해서 그렇다는 설정이라고 함.) 영화는 송강호의 아들 기우(최우식 분)가 친구의 소개로 동익(이선균 분)의 딸의 과외선생이 되면서 시작된다. 동익의 가족은 이 영화에서 최상위에 위치한 부자계급이다. 기우는 멍청한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순진한 동익의 아내 연교(조여정 분)를 속여 자신의 가족을 점차 동익의 집에 취직시킨다. 기정(박소담 분)은 다송(동익의 막내아들)의 미술 선생, 모친 충숙(장혜진 분)은 가정부, 아버지 송강호는 동익의 기사가 된다. 부자계급을 벗겨먹는 완벽한 기생충이 된 것이다.

 

하위계급인데도 송강호의 가족은 상위계급인 이선균의 가족을 받들어모시며, 그들을 좋은 분들이라고 칭한다. 가장 지하에 갇힌듯이 사는 근세(박명훈 분)도 부자계급이 있어서 먹고 살 수 있다고 한다. 부자계급은 마치 주변인이자 시혜자처럼 하위계급 두 가족의 위에 존재한다. 사건이 벌어지는 파티날도 부자계급에게는 쇠라그랑드 자트섬의 일요일의 오후처럼 평화로운 일상이었다. 마치 관찰자처럼. 아이러니한 것은 이선균의 가족에게 붙어먹고 있는 송강호의 가족이 지하 끝으로 추락한 박명훈 부부를 찍어누르고 있다는 점이다. 기생충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그들의 투쟁은 하위계급만의 리그일 뿐이다. 결국 근세는 박소담을 죽이고, 장혜진은 그런 근세를 바베큐 꼬치로 찔러 죽인다. 코를 막는 이선균을 칼로 찌르는 송강호에게서 계급의 극복을 보여주려는가 했지만, 영화는 이내 부자 계급의 이사와 그들이 남긴 빈 집의 지하로 내려가 몰래 숨어사는 송강호에게서 결국 현실은 그들만의 리그였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그들을 비난할 수 없는 건, 너무나도 자명한 우리네 현실이라서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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