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각보고서/books
왜 세상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by FC
2011. 3. 10.
물질적으로 세계는 수십년 전에 비해 풍요로워졌지만, 기아상태에 처해있는 인구는 여전히 적지 않다. 선진국에서는 음식이 버려지지만 후진국에서는 음식이 모자라는 현실을 단지 식량의 부족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을까. 장 지글러는 이에 대한 대답을 FAO와 세계식량기구, UN등의 통계를 인용하여 왜 세계의 절반이 굶주리는지를 아들에게 설명하는 방식으로 전달한다.
장 지글러에 의하면 세계의 절반이 겪는 굶주림은 사회구조적 원인에서 기인한다. FAO에 의하면 식량의 생산성은 지구의 인구인 60억의 2배, 즉 120억명을 먹여살릴 수 있다. 그럼에도 기아상태에 빠져있는 인구가 적지 않은 이유는 분배구조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맬서스가 인구론에서 주장했던 질병과 배고픔은 사회에 필수적이라는 인식, 우리 모두가 기아상태가 개선되어야한다고 인식은 하고 있지만 정작 수십만의 사람이 기아에 허덕여 죽어가더라도 하루만 지나면 잊어버리는 현실이 기아상태를 개선하기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기아에는 구조적 기아와 경제적 기아 두 가지가 있다고 설명한다. 구조적 기아는 외부 재해가 아니라 사회 구조에 의거한 기아이고 경제적 기아는 돌발적이고 급격한 일과성의 경제적 위기로 발생하는 것이다. 1985년 1월 에티오피아에서 내전으로 인해 구호식량이 제대로 도착하지 못해 대다수의 국민이 아사상태에 처했던 것은 구조적 기아의 한 예다. 1992~1995년 유고슬라비아에서 기아를 무기로 삼았던 유고슬라비아 정부의 행태도 비슷한 예다.
이 책은 기아상태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던져준다. 구조적 기아상태일 때 단지 지금처럼 구호단체들을 파견하고, 식량을 제공하는 것만으로 그 상황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구호단체들이 아무리 식량을 제공한들 지금의 북한처럼 그 식량을 전부 군량미로 쓰고, 기아상태에 빠져있는 사람들에게 풀지 않는다면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는다. 즉, 식량을 제공하기 이전에 사회구조에 대한 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사회구조적 문제, 배부른 사람은 남긴 음식물을 버리고 배고픈 사람은 뱃가죽이 등에 붙을 때까지 굶다가 죽어야하는 분배의 문제가 해결될 때 굶주린 이들이 점차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어떻게 구조를 개혁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은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구조를 개혁해야한다는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한 근거를 나열하고 있을 뿐이다. 이것이 이 책을 높게 평가할 수 없는 이유다. 해당 국가들이 처한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상황이 각각 다를지라도 최소한 개혁할 수 있는 어떤 인센티브를 가진 해결책을 제시했으면 이 책의 신뢰도가 더 높아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인도적인 감정에 호소하는 것,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 외에 구조를 개혁할 수 있는 유인을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는 분명 있다. 다만 아직까지도 기아상태에 있는 국가들이 버젓이 존재하는 것으로 봐서는 그 해결책이 나오지 않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