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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행 덕분에 찾아보게 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소설. 제목이 매우 특이했고 단순한 연애소설이 아닌 것 같아 선뜻 꺼내들 수 있었다.
백야행과 비밀, 그리고 아내를 사랑한 여자를 이 작가의 두뇌는 굉장히 4차원적이지만 한편으로는 평범한 일상을 갖고 있는 이들을 다루는 현실성을 보이기도 한다. 굳이 한 줄로 요약하면 '평범한 이들에게 일어나는 평범하지 않은 일들' 쯤일까?
원제는 '짝사랑' 이다. 이렇게 단순한 제목을 '아내를 사랑한 여자' 라는 유혹적인 제목으로 바꾼 작명센스에 새삼 감탄했다.
이 소설은 성 정체성 장애를 다루고 있다. 한글 제목에서 풍기는 동성애의 인상과는 다른 개념이기에, 책을 다 읽고 나서 왜 저런 찌라시 같은 제목으로 번역했는지 납득할 수 없을 정도로 불쾌했다.
여성의 몸을 가지고 있지만 남성의 마음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 남성의 몸을 가지고 있지만 여성의 마음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
이 소설 전반에 드러나는 정신이 먼저냐 육체가 먼저냐의 딜레마는 어떠한 단정적인 결론도 제시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들은 지속적으로 자신의 태생적인 성을 바꾸려는 시도를 거듭한다. 개인과 사회의, 혹은 개인과 개인의 투쟁이 아닌, 개인의 생물학적인 성에 대한 일종의 항거다. 무려 700여 페이지에 육박하는 엄청난 분량을 1권에 써낸 소설로 이런 사람들도 있다는 새로운 세계를 알게 해준 소설 정도가 나의 평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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