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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하는 썰

아이돌 시장의 성격과 불공정 계약

by FC 2009.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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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아이돌 전성시대다. 2003년 12월에 데뷔한 동방신기를 필두로 2세대 아이돌이 가요계를 주도하고 있다. 동방신기, 빅뱅, 슈퍼주니어, SS501, 샤이니, 2pm 등의 남자아이돌과 소녀시대, 원더걸스, 2ne1, 4minute, f(x) 등의 여자아이돌은 이미 아이돌 전성시대를 떠받치는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 언뜻 봐도 포화상태인 아이돌 시장이지만 아이돌의 유입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는 아이돌 시장의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

아이돌 시장은 그 특성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독점적 경쟁시장이다. 독점적 경쟁시장은 '다른 제품, 공급자의 시장지배력, 진입장벽 없음, 다수의 공급자'의 독점시장과 완전경쟁시장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시장이다. 아이돌 시장에 존재하는 상품인 아이돌은 각자 고유의 팬덤(일종의 단골손님)에서 독점적인 영역을 가지는 독점시장의 지배자이며, 아이돌을 주로 공급하는 기획사는 한정적이다. 또한 아이돌은 아이돌 시장 전체나 가요계로 본다면 진입장벽이 없다는 점과 언제든 아이돌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다수의 기획사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완전경쟁시장의 일부이기도 하다. 즉, 아이돌은 '가수'라는 큰 범주에서는 같은 종류이지만, 각기 특색이 다르므로 경쟁적인 독점적 경쟁시장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돌시장은 독점적 경쟁시장 내 공급자의 경제적이윤이 0이 되면 자동적으로 퇴출되는 시스템으로 작동하지는 않는다. 이는 아이돌시장이 '나이'와 '계약' 같은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H.O.T 처럼 멤버별 계약기간이 다른데, 그룹 유지에 합의가 되지 않는 경우나, 나이가 많아져서 '아이돌'로서의 매력을 잃고 아이돌 활동을 하지 못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아이돌 그룹은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퇴출된다. 또한 아이돌 시장에서 고유의 팬덤을 형성하지 못하는, 즉 인기를 얻지 못하는 그룹도 자연스럽게 퇴출되고, 아이돌 팬덤의 전체 규모는 크게 변하지 않지만 그 파이를 아이돌 그룹별로 나눠먹게 된다.

아이돌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제품의 차별성보다는 기획사의 기획력과 기획사 자체 팬덤의 영향력이다. 아이돌 그룹은 각자 콘셉트를 달리 하여 시장에 나오기는 하지만, 실제로 그룹 자체의 창법이나 외모 분위기, 교육받은 멘트 등의 색깔은 기획사별로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SM엔터테인먼트 제작 아이돌들은 대부분 화려한 꽃미남보다는 주변에서 드물게 보이는 '바르고 정제된 이미지'이며, 창법은 R&B 스타일인 경우가 많다. 반면 YG 제작 아이돌은 자유분방한 미국식 그룹을 표방하며, 콘셉트나 음악 스타일도 힙합에 가깝다. 이러한 기획사의 색깔을 좋아하는 팬덤이 존재하는데, 그 팬덤은 기획사에서 나오는 또다른 신인들을 어느 정도의 인기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동력이 된다. 즉, 기획사의 힘이 아이돌의 초기 성공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그래서 아이돌시장은 독점적 경쟁시장의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완전한 독점적 경쟁시장이라고는 할 수 없다. 성공하는 아이돌의 소속사를 살펴보면 아이돌 시장은 '경쟁시장'이라기보다는 '과점시장'에 가깝다. 소수의 대형아이돌 육성 노하우와 자체 팬덤을 가지고 있는 기획사들이 아이돌 시장을 '과점'하고 있기때문에 아이돌 가수의 꿈을 가진 이들은 대형 기획사로 몰리고, 대형 기획사는 그런 점을 이용해 불공정계약을 한다. 아이돌은 '선택 받아야' 진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배타성을 가지고 있지만, '선택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을의 입장이 된다. '을'의 관계에 위치한 이들이라면 일단 데뷔를 해서 이름을 알려야하기 때문에 불리한 계약조건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

과거 H.O.T와 젝스키스의 양분체제였던 남자아이돌 시장과 S.E.S와 핑클의 양분체제였던 여자아이돌 시장에 비해 지금의 아이돌 시장은 같은 파이를 더 많은 그룹들이 나눌 수 있게 되었다. 그만큼 다른 기획사들도 아이돌 시장의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경쟁력을 길러왔다는 이야기다. 점차 아이돌의 팬덤이 세분된 결과로 아이돌 가수의 계약조건은 이전에 비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즉, 아이돌 그룹의 불공정계약 조건은 단지 불공정계약 여부로 시정을 요구하거나 하는 사후적인 방식보다, 시장 자체의 변화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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