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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강대국의 역사보다 오래되고 정교한 거짓말이 있다. 개신교다. 이들은 신약성서라는 거대한 서사시로 믿음을 강요하지만, 그 서사시를 과학적으로 증명하지는 못한다. 인과응보로 얽힌 이 장대한 서사는 바다를 가르고 죽은 이를 되살린다. 물론 우연이거나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으면 신이 위대하기 때문이라는 그럴싸한 말로 포장한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신이 누구인지 그 형체를 완전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신이 기적을 만들었다는 것도 신을 보았다는 것도 증명하지 못한다. 아니 증명할 수 없다. 그건 단지 그들의 머릿속에서 나온 '신'이라는 가상의 존재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에서 비롯된 환상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노골적인 거짓말은 집단적인 광기를 행동 주체로 가지고 있다. 으리으리한 교회에 모여 울면서 노래를 부르고 신을 갈구한다. 절대 다수가 믿는 종교가 아니라면, 종교적 지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후크송인 찬송가를 부르며 집단 울음을 터뜨리는 상황은 흔히 말하는 사이비 종교의 그것과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다. 사이비 종교들도 그럴듯한 거짓말과 집단적인 광기로 신도들을 모으고, 자신의 종교를 따르지 않는 이들에게 그들의 종교적 이데올로기를 강요한다. 무서울 정도의 집착을 동반해서.
그런데 이 거짓말의 유혹은 제법 달콤하면서도 기가 막히는 구석을 갖고 있다. 예수천국 불신지옥. 거짓말의 벽은 두텁지만 그들은 자신의 손을 잡으면 영생의 길을 갈 것이라 말한다. 믿는 자들과 아닌 자들을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남의 사후세계마저 재단하려 드는 것이다. 우스운 것은 이들 중 그 누구도 사후세계를 본 사람이 없으며, 가본적이 있는 사람도 없다는 사실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까, 틀림 없다. 천국이라는 달콤한 거짓말은 어쩌면 그들에게 강력한 자기위안이자, 남과 나를 구별하는 수단일지도 모른다.
그들이 주장하는 순수하고 고결한 믿음이 물질의 최고봉인 자본과 아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거짓말의 설득력은 현저하게 떨어진다. 교회는 도시의 중심가에 위용을 뽐내며 서있다. 교회가 크고 화려할수록 신도들을 모으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교회들은 '헌금' 이라는 이름의 대가를 받고 현대판 면죄부를 판매한다. 이를 테면 천국으로 가는 배의 승선권인 셈이다. 이 헌금은 자발적인 기부라기 보다는 돈주머니를 들고 걷으러 다니는 식의 '면죄부 판매'에 가깝다. 다른 사람은 내는데 내가 내지 않으면 눈치를 받고, 남들은 파란 지폐를 내는데 나는 붉은 지폐를 낸다면 눈총을 받는다. 그토록 고결한 신은 어째서 세속의 돈을 필요로 하는지 의문이다. 그러나 그들 중 누구도 이에 대해 납득할 만한 대답을 내놓지는 못한다. 왜냐하면 그 헌금은 교회의 외양을 웅장하게 하거나 목사 아들의 유학에 쓰이거나, 인간의 사적인 탐욕을 위해 쓰이기 때문이다.
모순으로 가득찬 거짓말이 언제, 어디까지 두터워질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건, 이 거짓말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맹목적인 신도가 존재하는 한, 거짓말의 강요가 지속되는 한 강렬한 거짓말의 마력은 끊임없이 누군가를 꼬여낼 것이고, 누군가에게 달콤한 언어를 속삭일 것이다. 이성과 합리성을 표방하는 인간의 약점은 감성과 비합리적인 다수에 휩쓸리는 군중심리가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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