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지만 진부하지 않은 이야기를 위트있게 풀어낸 영화. 88만원 세대가 만연하는 요즘같은 시대에 직설적으로 와닿는 제목과는 달리 처절하지 않고 구질구질하지 않으며 질척이지 않는다. 회사라는, 어쩌면 다소 지루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흔한 에피소드와 위트를 엮어 재미있게 풀어냈다. 보는 중간중간에 웃음소리가 영화관을 가득 메웠을 정도. 가볍지만 마냥 가볍지만은 않을 수도 있는 내용을 유쾌하고 따뜻하게 풀어냈다. 어바웃타임의 직장인 버전 보는 느낌.
한마디로 인턴은 성공한 워킹맘과 그녀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키다리아저씨 같은 인턴의 이야기다.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생소한 전업남편이 자연스레 등장하는 것도 신선했고, 워킹맘의 장단점 그리고 여성에 대한 - 그래도 우리나라보다는 상대적으로 - 평등한 시각을 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문화콘텐츠에는 시기성도 중요한데, 이 영화는 적어도 여혐이 이슈인 '지금의' 한국에서만큼은 시기성을 잘 탄듯 싶다.
쥴스(앤 해서웨이 분)는 직원 25명짜리 신생회사를 1년 반만에 220명의 중견 기업으로 키워낸 about Fit이라는 의류 쇼핑몰(영화에서는 인터넷 기업이라고 부름)의 창업주이자 사장이며 최고경영자다. 극중 인물의 말을 빌리면 about Fit은 옷의 핏을 디테일하게 묘사하여 1년 반만에 괄목할 성장을 이룩해냈다. 그러나 모든 성공과 집중에는 다른 무언가의 희생이 따르듯 워킹맘이자 슈퍼맘인 쥴스에게도 일과 가정 사이에 희생시켜야하는 부분이 존재한다. 그로 인해 갈등이 발생하는데, 그걸 시니어 인턴인 벤(로버트 드니로)이 조언자로 들어주고 받아주며 때로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럼에도 영화는 벤의 지식이나 경험이 우월하다고 관객을 설득하지 않는다. 그리고 젊은 누군가의 체력이나 창의력보다 벤이 부족하다는, 전형적인 선입견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다만 그들은 서로에게 필요한 어느 사회 집단의 구성원으로 때로는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공존할 뿐이다.
영화는 명백하게 착한 결말을 제시한다. 막장이나 열린 결말에 지친 관객들에게 착한 결말은 익숙한 편안함으로 다가온다. 기내영화로도 이보다 더 좋을 것이 없을 만큼 좋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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