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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하는 썰/1day Essay

2021년 5월, 어느 봄 날 밤

by FC 2021.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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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근 10여년간 사용하던 휴대폰 번호를 바꿨다. 잘 쓰고 있던 번호를 바꿔서 생긴 수고로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번호를 바꾸고, 누군지를 밝히는걸 깜빡 잊은 채 대뜸 바뀐 번호만 문자로 통보했더니 친구들에게 전화가 왔다. 누구야, 하고. 너무나 오랜만에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반가운 목소리. 마치 고등학교 쉬는시간으로 돌아간 것처럼 재잘대며 안부를 묻다가 전화를 끊었다. 일상에 스며든 sns 덕분에 서로의 안부를 굳이 따로 묻지 않아도 우리는 서로의 일과를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직접 대화를 하는 것에는 아무래도 비할 수 없다. 오랜 시간을 축적한 관계에서 흘러나오는 안정감은 가족, 혹은 친구라는 이름으로 내게 곁을 내어준다.

2.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기 직전의 밤이면 나는 종종 흘러가는 시간에 대해 생각한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100년은 족히 넘었을 아름드리 고목같은 것들부터 레트로라 불리는 수많은 아날로그 감성까지. 나는 그런 낡고 오래된 것들에 깃든 시간을 사랑한다. 그 시간에 담긴 누군가의 삶은 아련하고 희미해져가는 추억에 온기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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