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각보고서/books2009/07/05 00:14
대한민국 표류기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허지웅 (수다,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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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누군가에게 온전하게 전달하려면, 글에 공감하게 만들려면 필요한 것은 두 가지다. 이면을 살필 수 있는 통찰력과 아는 단어를 적절한 때에 적절한 의미로 사용할 수 있는 융통성.

허지웅씨는 그 두 가지를 모두 갖추고 있는 듯 하다. 그의 비유는 거칠지만 진솔하다. 그런 진솔함은 영화 이야기를 할 때 보다 두각을 나타낸다. 중반부의 정치나 사회에 관한 이야기는 사실 몇 가지 빼고는 그다지 공감이 가지 않았다. 그래도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이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는 구나, 를 제대로 전달을 받았기 때문일까. 내가 굳이 납득은 하지 않더라도 이해는 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들을, 자신만의 언어로 전달하는 것도 어쩌면 저자의 역량이다.

개인적으론 저자의 경험과 관련한 에세이보다 영화 이야기가 많았으면 이 책에 대한 만족도는 훨씬 높았을 것 같다.

단어 배열이 무척 마음에 들어서 한번쯤 더 읽어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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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은둔자
시청각보고서/books2009/07/01 10:54
서울, 1964년 겨울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김승옥 (맑은소리,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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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일까, 이 모던하고 사실적인 소설이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것은. 어쩌면 이 소설에 공감하고 있는 내가, 소설 속의 늙어버린 젊은이들처럼 스스로를 격리시켰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주인공은 '안'을 잠시나마 질책하지만 이내 그도 발을 돌린다. 철저하게 개인에게 침착한 인간군상들. 죽음조차도 남의 일로 치부해버리는 이들. 시국선언이 잇따르고 있는 이 때, 나도 그렇게 나를 제외한 모든 것들을 타자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본다. 1964년 겨울이 그토록 추웠던 것은 25살 젊은이들이 늙어버렸기 때문은 아닐지. 정작 현실의 늙은이들은 우리네 젊은이들보다 훨씬 젊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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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은둔자
시청각보고서/books2009/06/28 14:14

거꾸로 읽는 세계사
카테고리 역사/문화
지은이 유시민 (푸른나무,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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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자체가 잘 읽히는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인 흐름을 잡기에 좋았다. 세세한 것은 알아도 근현대사는 한국사든 세계사든 이념적과 경제 논리가 합쳐져서 이해하기 어려우니까. 특히 나는 사회주의 혁명 중에 러시아 혁명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도 이해가 된 것은 아니다. 다만 러시아 혁명만을 정리해둔 부분을 곱씹으며 여러번 읽으면 나아지지 않을까 할 뿐.

가장 인상적이었던 사건은 중국 공산당의 대장정과 말콤X의 이야기였다. 대장정은 모택동의 중국 공산당이 중국을 반바퀴 돌아서 국민당을 이기고 중국의 지배자가 되었다, 정도만 알고 있었지 그의 홍군이 어떻게 해서 국민의 신뢰를 얻고 국민당에게 타격을 입혔는지는 사실 모르는 거나 다름 없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사건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모두 신경을 쓰고 인과관계를 설명한다. 또한 이념에 관한 지식과 역사적인 배경, 사건이 가지는 의미 등에 대해서도 - 비록 유시민씨의 의견이지만 - 제법 만족스러웠다.

말콤X는 처음 알게 된 인물인데 흑백통합을 주장하는 다수의 흑인 인권주의자와는 달리 흑백 분리를 주장해서 이색적이었다. 분리를 통한 인권의 획득, 그 방식이 폭력적일 지라도 그가 주장하는 바에 나는 왠지 납득을 했다. 역사 속의 약자였기 때문일까? 죄를 지은 '강'자들은 통합과 타협이라는 논리로 인종차별을 어물쩍 넘어가려고 한다. 말콤X는 그런 점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도처에서, 전 세계적으로 사회통합을 주장하고 있는 이 때, 진정 통합을 요구받는 소수에 대한 배려는 제대로 행해지고 있는지, 그들에게 지은 죄에 대한 사과는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는지 생각해볼 때다.

굵직한 근현대의 사건을 중심으로 세계사를 훑어보고 싶었던 본연의 목적에 한해서라면 100점 만점에 100점을 줄 수 있는 책이다. 좀 더 다양한 사건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했지만 이 책에 있는 사건들만으로도 충분히 세계사적으로 의미를 담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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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은둔자